핵심상권에 위치한 A운전학원은 매월 400~450명의 수강생을 교육시키고, 차량 60여 대와 직원 50여 명을 거느린 건실한 학원이었다. 이 학원이 노사분규에 휘말리게 된 것은 2002년 7월 중순이었다. 당시 기능강사 B 씨 등 7명이 민주노총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노조에 가입, 이를 학원장에게 통보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당시 노조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여름휴가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통상 7~8월 잡혀 있는 휴가를 학원 측이 일방적으로 영업정지기간인 6월로 정하고, 그것도 토·일·월 3일로 한정했다. 이에 기능강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월 평균 14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 14~15시간 사무실 밖에서 일하고, 휴일에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근로자들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복수노조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불인정하고 노조가 기업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부정적인 입장만을 고수했다. 노측은 기존 노조는 어용·휴면노조이므로 직권해산시켜야 한다고 요구, 노사관계가 악화됐다.

노사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학원생이 급감했다. 불과 10여 일 만에 신규 등록이 끊기자 학원장은 폐업을 고려하게 됐고, 급기야 2002년 8월 폐업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위장 폐업을 주장하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는 "위장 폐업으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설령 구제명령을 내린다 해도 이익 실현이 불가능해 신청을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A학원 사태에 관여한 공인노무사는 "사측이 노사갈등 보름만에 폐업한 것은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감정적 처사였고, 노조도 조합 결성과 명분에만 매달려 일을 그르쳤다"고 지적했다.

이병석 <대전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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