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 대전·충남 생명의숲 공동대표

동료 교수들과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때를 회상해 본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일행을 태운 마이크로 버스는 공항을 나와 목적지를 향하게 되었다.

마침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삼나무 조림지를 가로질러 가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숲의 자태는 나무를 공부한 나에게 예사롭지 않은 감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산비탈에 흙과 묘목을 등짐으로 짊어지고 올라가 구덩이에 흙을 채우고, 한 그루씩 묘목을 심고 가꾸어서 이루어 놓았다고 했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삼나무와 편백나무숲을 만들기 위해 100여년 동안 꾸준히 가꾸는 그들의 정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잠시나마 너무나도 조급하게 생각하고 단편적인 시선으로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기도 하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작은 도시와 농촌 풍경은 우리의 시골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차는 빨간불을 보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다.?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도 신호가 바뀔 때까지 차는 멈춰 서 있다가 초록불이 들어온 후에야 출발했다.

일행 중의 한 분이 우리 같았으면 이처럼 한적한 길에서는 신호와 상관없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데 미련하게 기다렸다가 간다고 지적하셨다.

그러자 다른 한 분이 바보가 많아야 선진국이고, 똑똑한 사람이 많으면 후진국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문제에 대해 일행들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나름대로의 결론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게 되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공통점 또는 합의점이 도출될 수 없으며, 결국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에너지를 낭비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바보 또는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런 사람들이 많은 집단은 양보와 타협이 쉽게 이루어져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의 능력을 결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민족성을 모래와 밀가루에 비유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모래 한알과 밀가루 한톨을 비교하면 밀가루는 모래에 비하여 아주 작고 보잘 것없다.

그러나 모래는 모으면 흩어지지만, 밀가루는 반죽하면 얼마든지 큰 덩어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지만 그 사람들의 능력이 발휘되려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상대를 헐뜯기만 한다는 것을 빗대는 말인 것 같다.

지금 우리는 개발도상국의 선두권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는 국론 분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게 들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겉으로만 똑똑할 것이 아니라 당장은 바보 같더라도 여럿의 힘을 모아 국론을 결집하는 실속 있는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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