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계 부채의 누적으로 서민경제가 완전히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는 급속히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에 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나 기업도산으로 일터에서 밀려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 가계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고리대금도 마다않고 급전을 융통하기 바쁘다. 심지어는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 몰인정한 사채업자들이 서민들을 이중삼중으로 괴롭히고 있으나 당국은 뽀족한 대안 없이 팔짱만 끼고 있어 문제다. 물론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사금융을 양성화시키겠다고 대부업법을 제정·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 제정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금융권의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대전·충남에 본점을 둔 대부업체가 646개에 달하고 미등록업체가 1000여개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작 당국은 이들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마저 허술하기 그지없다. 당국의 입장에선 인력 부족과 기관간 업무협조체계 미비 때문에 불가피하다고는 하나 그것은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대부업자들은 드러내 놓고 인터넷이나 전단지, 생활정보지 등을 이용해 버젓이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민들의 다급한 사정을 약점으로 잡아 연 200%에 육박하는 고리를 챙기는가 하면, 거액의 선이자까지 떼고 중개수수료를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등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단지 일손 부족을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 이상 서민들이 고통당하지 않도록 대부업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감독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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