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추천맛집]차철호 편집부 차장 ‘청주해장국 원동점’

▲ 차철호 차장이 청주해장국 원동점에서 쇠고기국밥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 한 잔을 마시려 하고 있다. 권도연 기자
기자 초년병 시절, 술을 마셔 속이 헛헛할 때 선배들이 뜨끈한 해장국을 사주면 참 좋았다.

일이 안 풀리고 힘겨울 때 시원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먹으며 ‘인생이 다 그렇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졌다.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는 그렇게 생기를 되찾아주는 보약과 같다. 차철호 편집부 차장에겐 대전 동구 원동에 있는 ‘청주해장국’집이 그런 보약집이다.

지난 11일 차 차장의?편집마감 후, 밤 9시가?조금 넘어 늦은 저녁을 먹으러 청주해장국에 갔다.

차 차장은 “원동지역이 20여 년 전만 해도 북적였는데 지금은 너무 한산해 아쉽다”며 “대학 때 국문과 선후배들과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셨는데, 속 풀러 부담없이 자주 오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대한민국 정통해장국 1937년부터’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옛 거리, 옛 집에, 옛것을 먹으러 오며 차 차장도 '옛 사람'이 돼 추억에 젖은듯하다.

그는 “최근 식당이 개조를 해 새롭게 단장했는데 허름해도 옛날 분위기가 그립다”며 “하지만 해장국맛은 변함없이 옛맛 그대로”라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탁과 바닥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좌석 가운데 차 차장은 신발을 벗고 온돌바닥에 올라앉았다. 차 차장은 7종류나 되는 해장국 가운데 ‘쇠고기해장국’을 강력 추천, 같은 걸 시켰다. 그는 명색이 해장국이니만큼 술이 빠질 수 없다며 소주도 한 병 주문했다.

차 차장은?“여기선 늘 쇠고기해장국만 먹는데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 쇠고기해장국은 밥과 국의 궁합이 잘 맞아 밑반찬은 깍두기 외 3가지가 전부다.
걸쭉한 국물의 쇠고기해장국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해장국을 떠먹는 순간, 차 차장이 왜 이곳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지 깨달았다.

이곳의 쇠고기해장국은 맛이 ‘예술’이다. 어떤 걱정거리가 있다 한들, 이 순간만큼은 깜빡 잊게 하는 맛이다.

붉은빛이 살짝 돌지만 양념이 드세지 않고, 구수한 육수의 맛이 깊게 느껴진다. 시름을 잠시 잊고 담백한 국물 맛에 어느덧 빠져들었다.

차 차장은 “해장국이 너무 뜨겁지 않으면서도 맛이 깔끔해 좋다”며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도 친구들이 오면 해장하러 들르는데 맛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 만족하는 것같다"고 했다.

밑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네모로 썬 양파와 마늘장아찌가 전부다. 해장국과 밥의 궁합이 너무나 잘 맞아 별다른 밑반찬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차 차장은 국물에 밥을 말아 커다란 깍두기를 밥숟가락에 얹어 먹는다. 깍두기는 곰삭아 달콤새콤해,?배추김치보다 자주 젓가락이 간다. 차 차장을 따라 해장국 한 그릇을 비웠더니 뱃속이 뜨끈해지면서 이마에 땀이 송송 오른다.

▲ 차철호 차장이 해장국 한 그릇을 다 비운 뒤 통오징어 한 조각을 고추장 양념에 찍기 위해 손으로 집고 있다.
이곳의 주메뉴는 해장국이지만 조연 격인 요리 또한 궁금해 해장국을 다 먹고 통 오징어를 한 접시 주문했다. 말랑말랑하게 찐 오징어 두 마리가 나왔다.

차 차장은 “자주 왔지만 통 오징어는 처음 주문했는데 소주 안주로 괜찮다”고 평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정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꼭?이곳에 들르는데 상에 나온 해장국 냄새만 맡아도 몸이 벌써 회복된다”며 “대전 곳곳에 청주해장국 직영점이 있지만?제 입맛엔 이곳이 최고”라고 평했다.

주방에 맛의 비결의 물어보니 일하던 주방 아주머니 한 분이 “청주해장국은 어느 직영점이든 영동 산간에서 가을볕에 말린 우거지와 한우사골만 가마솥에 푹 고아 만든다”며 “또 인공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만든 천연양념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 원동점에서 일한 지 벌써 30년이 넘은 만큼 주방장에게 세월의 노하우가 숨어 있어 같은 재료를 써도 여기가 특히 맛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차 차장은 캠퍼스커플이던 아내와 연애 시절부터 이곳에 자주 들렀다고 한다.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 많던 날들. 해장국집 문밖에 눈이라도 내리면, 쇠고기 국물로 뜨뜻해진 손을 맞잡고 걸어나오던?추억의 장소인?것이다.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나면 '그래, 오늘도 힘을 내야지'하고 마음이 바뀌는?건 이런 추억의 힘이 마법을 부린 게?아닐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동영상=허만진 영상기자 hmj1985@cctoday.co.kr

청주해장국(원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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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메뉴: 쇠고기해장국·선지해장국·콩나물해장국(4000원), 통오징어(7000원), 감자탕(대 2만 5000원, 중 2만 원), 황태해장국·등뼈해장국·올갱이해장국(5000원), 순두부해장국(4000원), 만두(4000원)

△예약문의: 042-282-5950

△영업시간: 24시간 내내

△주차: 식당 인근 공터

△주소: 대전시 동구 인동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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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집 뒤안길】 “자전거 타며 느림의 미학 알았죠”

'밥심'이란 표현, 참 좋은 말이고 옳은 말이다. 밥을 먹으며 생기는 힘이기도 하고, 밥 한술로 따뜻해지는 마음이기도 하다.

평소 ‘밥심’을 중요시하는 차철호 차장은 정말 밥을 많이 먹는다. 그래도 살이 안 찐다. 비결은 ‘자전거 출퇴근’에 있다. 서구 만년동 집에서 회사가 있는 갈마동까지 자전거 도로를 따라오면 20여 분 걸린다.

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 게 벌써 6년 8개월째. 태풍이 불고 폭설이 왔을 때와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때를 제외하곤 한결같이 자전거 출퇴근을 했다.

이쯤 되면 차 차장과 자전거 타는 모습은 늘 연관돼 떠오를만하다. 동료들은 술자리를 갖게 되면 ‘자전거 음주운전’을 걱정하고, 커피를 마실 땐 자전거 출퇴근의 애로사항을 묻곤 한다.

그의 자전거 출퇴근 예찬은 끝이 없다.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는 차 벽과 분리된 세상을 2차원적으로 관찰하지만, 자전거는 세상에 열려 있다. 자전거 위에선 부드러워진 봄바람의 촉감은 물론 사계절의 변화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비용이 절약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운동이 되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큰 대로뿐 아니라 갖가지 골목길을 탐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자전거만의 매력이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차 차장에겐 자그마한 디지털 카메라가 주머니 속에 있을 때 훨씬 더 든든하다.

그래도 버스나 지하철은 자전거보다 훨씬 빠르지 않으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러나 차 차장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는 느낌이 좋단다.

속도와 경쟁의 삶에서 느긋한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행복을 부르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자전거에 오르자. 그리고 페달을 열심히 밟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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