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문화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관광객의 인식 제고를 위해 이동녕 선생 생가지 등을 복원,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사적지를 제대로 가꾸지도 못한 처지에서 상품화부터 운운하는 모습이 다소 민망한 일이기는 하나, 그래도 새로운 정비를 전제로 하는 일이니만큼 그나마 다행이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적지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 역사 바로 알기는 물론 문화적인 마케팅을 통한 지역관광 및 지역브랜드 높이기의 일환으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임시정부 시절 초대 국무원장을 지냈던 이동녕 선생 생가지의 경우 국도변 안내판을 따라 천안시 목천면 동리에 가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밖의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들이 지역의 '숨어 있는' 문화를 발굴, 상품화에 매달리는 판에 기존의 유적지마저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보다는 땅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개발 위주의 관광개발계획, 의미조차 퇴색한 그저 '잘사는 고장, 충효의 고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일부 지자체들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지난 87년 독립기념관이 천안에서 개관한 배경이 무엇이었던가? 그리고 매년 독립기념관 방문객이 크게 줄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건립 당시 독립기념관 위치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유관순, 조병옥, 이범석, 이동녕, 한용운, 김좌진, 윤봉길 등 기라성같은 독립투사들이 바로 천안 또는 인근 지역 출신이었다는 점이 크게 고려됐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 서훈이 추서된 천안지역 독립운동가들만 해도 70여명에 달한다.

상품의 기본은 '차별화'이고 문화 또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 특산물, 자연조건 등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독립기념관은 단순한 자료실이 아니다. 민족의 성지이며,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깃든 곳이다. 그 연장선에서 독립투사의 생가지도 정성스럽게 가꿔야 했다. 그러면 관광객은 오지 말라 해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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