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훈 배재대학교 총장

지난 20세기는 공업화시대였다. 대기업체제와 대규모 산업설비에 의한 대량 생산방식이 확립되면서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졌고 대중의 생활수준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우리는 앞선 세대들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미증유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풍요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공업화시대는 배금주의, 향락주의, 몰개성화, 소외, 빈부 격차, 공해 등 갖가지 문제점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제 지식기반사회라 불리는 새 밀레니엄이 열렸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정보통신기술이 부가가치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다. 한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는 산업설비나 숙련 노동자와 같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무형자산이라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 우리 나라도 이미 지식기반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식기반사회의 정보지식혁명과 통신기술혁명에 발맞추어 신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이 정보 획득과 의사전달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온라인 상거래가 오프라인 상거래를 신속하게 대체하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이 가공할 위력을 지닌 여론 형성 및 정치활동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막강한 정보력과 그 전파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개개인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개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 전통하에서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막강한 권력으로 무장한 개인 또는 일부 집단이 국가사회적 통제 범위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또는 적어도 비도덕적으로 국가사회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음란 사이트의 운영, 불법 해킹으로 인한 국가 또는 기업에 막대한 피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기행각, 허위정보를 게시 유포하는 갖가지 피해, 인터넷 게임처럼 자살을 부추기거나 아니면 자기가 직접 자살을 시도하는 등 인터넷을 매개로 벌어지는 이런 불법적 또는 비도덕적 행위들은 진실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식기반사회는 무법천지와 비슷한 영역을 개방해 놓았다. 개인의 손에 쥐어진 막강한 권력에 대하여 국가사회적 통제수단이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덕'이라는 전통적인 통제수단의 가치를 주목해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첨단 21세기에 무슨 낡아 빠진 도덕을 운운하느냐 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도덕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도덕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에 진입할 수도 없고, 선진국이 될 수도 없다고 믿는다. 우리가 1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한 채 8년을 허송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충분히 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덕성에 유념하지 않은 채 지식기반사회를 발전시킨다면 그 가공할 힘으로 말미암아 더 빨리 그리고 더욱 극적으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사회 부문에서 도덕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대학을 포함한 각급 교육기관에서는 과학기술교육, 정보화교육 등과 함께 도덕교육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도덕'이야말로 법률보다 훨씬 더 우월한 사회통제수단이고, 더불어 각 개인이 자아를 실현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의 핵심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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