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플라치도 노인학대상담센터·수녀

어버이를 학대하는 가해자의 1위가 아들과 며느리라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 사회에서 아들을 낳고 얼마나 기뻐하며 행복해했을까?

아들이라는 이유로 성장과정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을 아들이 부모님을 학대하는 가해자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느 주일 오전에 할머니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한 시간 내내 울면서 분하고 원통했던 일드을 말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 전화를 하셨기에 전화를 끊고도 할머니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은 어린이날이었다. 조용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할머니께 전화를 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 타고 할머니가 사는 주공아파트에 도착했으나 할머니가 마중을 나와 길이 엇갈려 헤매다가 상봉했다. 할머니의 집에 들어서니 좁은 공간이었지만 며칠 전에 얻어다 놓았다는 선풍기도 있었고 집안이 잘 정돈된 가운데 가족사진을 보여 주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외도를 하다가 결국 병에 걸려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못다 한 사랑을 양아들에게 쏟으며 사신 것이었다. 아들도 장가들기 전에는 어머니 말씀이라면 뭐든지 따랐다고 한다.

할머니는 젊어서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아들 장가들 때 집 사 주고, 자동차 사 주고, 살림 마련해 주고, 손자 태어날 때 병원비까지 대주어 지금은 빈털터리가 됐다.

그러나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보기도 싫다며 집에 오지도 말라"고 말했으며, 아들 또한 용돈은 그만두더라도 어머니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상담자는 아들과 두 번 통화를 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통장에 돈을 넣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두 번 다 이행하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에서 아들은 두번 다시 전화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상담자는 아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할머니를 설득시켜야만 했다. 할머니를 위해 상담자는 국가에서 나오는 생활비는 아껴서 쓰고 아들에게는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다. 처음에는 "그렇게는 못 살아" 하시며 착잡해하시더니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전처럼 울지 않으신다.

이 땅의 아들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께서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벌써 잊으셨는지요. 젊은 나이에 부모님보다 먼저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앞장서서 부모님을 학대하시나요. 당신은 학대라는 단어를 모르시더라도, 당신의 어머니 얼굴엔 근심과 슬픔이 가득합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자라나는 당신의 어린 자녀들이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당신의 자녀가 당신과 똑같이 행할 것입니다.

이제 곧 당신도 노인이 됩니다. 노인이 되었을 때 당신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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