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혁 건양대병원장

우리 사회 전반에 성과 위주의 평가방법이 유행이다. 그에 따라 경쟁의식이 팽배해지고, 사람 사이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게 너무 삭막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직장마다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예전처럼 동료들끼리 월급명세서를 같이 보면서 한 달 살림을 서로 걱정하고, 격려해 주던 정겨운 모습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겉으로는 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업무에 관해서 또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모두 계산된 것일 수도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이르면 정말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싹 가시는 것이 요즘 세태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병원을 이끌어 가는 책임자인 필자가 특별히 화합과 양보를 강조하는 이유는 화합이 있어야 가정과 조직의 통합 및 정체성 확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구성원들끼리 함께 있으면서 같이 움직이는 질서이며 동시에 예절이다. 서로 얼굴만 대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이 듬뿍 묻어나는 그런 생활의 보장이다.?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와 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면 이런 조화로운 분위기는 무엇으로부터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서로 양보하는 미덕으로부터 생겨난다. 양보는 타인에 대한 배려다.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생각과 고집을 버린다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화합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사리 잘 이루어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일어나고, 큰 충돌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수용하는 것이 화합의 첫째 조건이다. 그것이 바로 양보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양보하는 것을 크게 손해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가 앞서려고 소모적인 과당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나 조직의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경쟁을 해서 남을 이기려고 한다면 반드시 불협화음이 생기고 충돌이 일어난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게는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양보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양보라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지 많은 체험을 해야 한다. 양보는 '그럴 수도 있다'라는 느긋한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다. 택시를 타려고 기다릴 때 내 바로 뒤에 나이든 노인이 있으면, 한번 양보를 해 보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인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웃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 마음을 열고, 배우고, 고치고, 익히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숙한다.

이처럼 양보와 화합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고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미덕이고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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