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공주교대 교수·대전시 교육위원

엊그제 칠석날을 맞아 어릴 적 듣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세칭 '기러기 아빠'로 불리는 이 땅의 많은 학부모들이 '견우와 직녀' 신세로 전락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한 바 있다. '기러기 아빠'란 아내를 딸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 홀로 남은 아빠를 기러기들의 생활 모습에 빗대어 풍자한 별칭이다. 이 신조어는 지난 90년대 후반 들어 조기유학의 붐을 타고 우리 사회에 새로 생긴 교육적 병리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해외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교육수지 적자가 올 들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대학 이상 유학생(어학연수 포함) 수가 15만5327명에 이르렀고, 초·중등 조기유학생도 1만5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유학생과 조기유학생이 올 한 해 해외에서 지출할 비용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무분별한 유학과 해외연수, 그리고 조기유학 붐은 외화유출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한 교육문제와 사회문제를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 학생들은 너도나도 해외로 유학을 떠날까?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은 아닐까?교육학자들은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을 국내의 부실한 공교육,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 열악한 교육환경, 경직된 교육제도, 비효율적인 영어교육 등으로 꼽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학생들이 취업에 필수적인 영어학습을 위해 해외 어학연수를 경쟁적으로 떠나고 있고, 초등학생에게까지 번진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이제 해외유학과 어학연수 문제는 이대로 방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자녀의 교육에 관한 자유와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이므로 이를 법률이나 규정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

그리고 교육에 관한 한 국경의 구분이 무너진 지 오래이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선도해 나갈 탁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환경을 찾아 나서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또 외화 낭비를 비난하고 걱정만 한다고 해서 이 같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교육 경쟁은 국경을 초월해 심화되고, 유학생들의 국제적 교류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적극적인 교육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학생들이 해외유학에 투자한 만큼 소득을 얻고 돌아올 수 있도록 유학생들을 안내·지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해외유학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수립하고 교육관청에 지원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오늘도 인천국제공항은 해외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로 북적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그저 주워 모은 주먹구구식 정보에만 의존하고 떠난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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