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석 농협 대전지역본부장

"여보시오, 벗님네! 우리 신세 한탄 말고 일심으로 김을 매서 사배출을 하시거든 돛단배를 하나 사서 고기잡이나 하여 보세. 그런 말씀 하지 마오. 농사라 하는 것은 세상간에 근본이니 어찌하여 배 띄울까… 어여허루 상사뒤여."

농부가의 한 소절이다.

농부가는 농자(農者)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 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농업을 국본(國本)으로 삼아 농민들이 오랜 풍습으로 이 땅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힘찬 발장단, 손박자에 맞춰 오랜 세월 동안 불려 온 노동요다.

우리 나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 몬순기후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산악지대가 많고 경사가 가파르다. 또 매년 6월 하순에서 8월 초까지 여름철에는 장마와 함께 태풍이 불고 전 지역에 호우가 내리는 날이 많다.

이러한 자연현상에 힘입어 여름철에 집중되는 강우 패턴에 따라 밭농사보다는 논농사가 오래 전부터 지배적인 농업으로 자리잡아 왔다.

수천년간 계속돼 온 논농사는 국민의 주식인 쌀의 공급이라는 기본적 역할 외에 우리의 생활문화에 깊숙이 자리하며 우리의 삶과 함께해 왔다.

이렇게 농업은 아름다운 국토경관과 어우러져 봄에는 모내기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생동감을 안겨 주고 여름에는 확 트인 녹지공간을 제공하며, 가을에는 황금물결의 풍경으로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겨울에는 이른 봄을 기다리는 새 희망을 전해 준다.

농업은 농산물 생산 외에도 홍수 조절, 대기 정화, 생물종 보전 등 환경보전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전통문화를 유지·계승·발전시키며, 도시민에게 휴식처와 함께 영농체험을 통한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농업기반공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업의 생산액은 연 20조4000억원이며, 홍수조절 효과 17조8098억원, 환경보전 기능 8조632억원, 자원 보전·확보 3조670억원 등을 감안해 연간 49조3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농업이 환경자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부가적 서비스는 농산물 등의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이른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게 되며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산업화의 발달과 함께 농업 분야는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농업인구의 감소 등으로 위축되고 경시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의 농업 부문 개방화로 값싼 해외 농산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우리 농업·농촌은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로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에 힘입어 농촌체험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농업과 농촌은 산업화·도시화로 찌든 현대인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정부에서도 농업·농촌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 미래를 여는 농촌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농업·농촌·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협에서는 일부 대도시 초등학교에 '꿈나무 벼사랑 체험농장'을 설치해 어린이들이 손수 모내기를 하고, 벼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게 하며,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행사와 함께 교과서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아 자라나는 차세대에게 농업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줘야 한다.

농업이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농업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그러므로 온 국민은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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