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의 현주소]출산휴가 뒤 부당해고 등 차별 심각여성쏠림현상 일부 직종선 부작용도

▲ 고용시장 악화로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근무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여성 일자리 창출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장에서 여성 구직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충청투데이 자료사진
여권 신장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곳곳에서 ‘우먼 파워’가 발휘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될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지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있지만 여성 차별적 요인들은 아직도 일선 직업현장에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 많이 진출한 일부 직종에서는 여성 쏠림현상으로 인한 병폐도 나타나고 있다.

◆ 고용에서의 차별, 출산휴가 사용한 여성은 구조조정 1순위

최근 경제위기의 여파로 일선 사업장에 구조조정 열풍이 불면서 구조조정 대상자로 남성보다 여성이 우선시 되고 있는 현상이 큰 문제다.

특히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들은 정상적으로 복직하지 못하는 등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이다.

한 공장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김선희(32·여·가명) 씨는 임신 8개월이 되자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출산휴가가 끝날 무렵 김 씨는 부서장에게 복귀 의사를 전달했지만 “출산휴가 기간 중 김 씨 업무를 대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에 자리가 없으니 공장으로 출근하라”는 답변을 받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앞두고 있는 김 씨는 회사에 복귀 의사를 전달했지만 전과 같은 내용의 답변만 받았다. 김 씨는 회사로부터 부서이동뿐 아니라 월급 삭감까지 통보받자 부당함을 느끼고 이를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할 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해 한국여성노동자회에 상담을 의뢰했다.

이영숙(28·여·가명) 씨는 지난해 3월 한 공공기관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계약만료일은 지난해 12월 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산휴가를 사용한 이 씨는 회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1월 1일자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출산휴가 중이라서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 이 씨는 “회사에서 관례상 별다른 일이 없으면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출산을 이유로 부당해고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직종 여성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에 고심

교단과 간호계, 사회복지계 등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부 직종에서는 지나친 여성 쏠림현상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 모 중학교 수학교사 A(30·여) 씨는 수업시간에 말을 듣지 않는 일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때때로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남성 교사라면 야단이라도 치고 억지로라도 말을 듣게 하겠지만 ‘무섭지 않은 여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무시는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A 교사는 “수업시간에 급우에게 욕설을 하는 남학생을 꾸짖었더니 ‘아임 쏘리’라며 빈정거리고 웃길래 하도 답답해 옆 반 남자 교사에게 부탁해 언성을 좀 높여 혼을 냈더니 이후 수업시간에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무시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롭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중학교 체육교사 B(32) 씨는 “아이들이 젊은 여교사들을 무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 때마다 따끔하게 혼을 내지만 그 때 뿐이다. 몇 안되는 남교사들이 학생 전체 생활지도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힘든 장벽 뚫은 여성,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여성 차별적 요인들을 극복하고 성공해 본보기가 되는 우리지역 여성들이 있다.

지난 1977년 작고한 충남 금산 출신 임영신 씨는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자 장관이다. 1948년 상공부 장관에 발탁된 임 씨는 1949년 안동 보궐선거에서 제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1950년 제2대 국회의원에 재선, 한국대표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국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 공헌했다.

지난 2002년 국군 창설 53년 만에 최초의 여성 장군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1950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73년 소위(간호후보 29기)로 임관한 양승숙(60) 씨였다. 그는 IMF직후 간호사관학교 폐지론이 제기될 때 국군간호사관학교장에 재직하면서 여성계에 군의 간호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호소해 학교를 존치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현정 전국여성노동조합 대전충청지부장은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이제 여성노동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또 정부와 사업주들도 여성들을 동반 및 상생의 관계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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