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금태 대전충남경영자 協 회장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이 된 일본 경제, 그리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리라고 믿어졌던 일본 경제가 요즘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 경제가 이처럼 아주 어려운 처지에 빠지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특히 정직하고 근면하며 끈기 있는 국민성, 그리고 내핍과 절약 정신이 강하며 예의바르고 친절한 국민성은 우리들에게 모범적인 국민성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기에 일본의 경제위기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일본의 경제가 궁금해 며칠 전 일본내 몇 개의 기업을 방문하면서 그 답을 얻으려고 노력해 보았다.

한국내 신문이나 방송은 일본의 경제위기를 구조조정 실패와 금융위기라고 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일본의 구조조정 실패란 주로 무엇이며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얻고 싶어 두 곳의 중소기업과 한 곳의 대기업을 방문해 사장, 임원 그리고 중견간부사원들을 만나 많은 질문을 했고 이해할 수 있는 답을 구하고자 노력했다.

일본 경제의 위기원인은 첫째로 혁신적인 사고의 발상이 없는 기업경영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종신고용제와 같은 기업문화가 변화를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믿고 있었다.?

일본의 기업 내에는 젊은이들의 혁신적인 창의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왔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경험이 부족해 훌륭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믿어 왔고,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얻은 후에야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며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때부터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고 한다.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연령은 40세가 넘게 된다.?

그래서 일본이 IT분야에서 한국에도 뒤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특히 일본 공직사회의 고령화가 더욱 일본의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가 생동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며 이것은 한국의 공직사회가 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로 일본인들의 일본 경제에 대한 과신과 자만이다. 특히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의 선두 주자가 되리라는 과신은 일본의 거품경제를 가져오게 해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나라 독일과 함께 인건비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은행들도 일본의 웬만한 기업은 절대 망할 리가 없고 국제사회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만 믿어 방만한 대출을 했던 것이 높은 물가와 인건비의 상승을 극복할 수 없게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해외 이주를 서두르게 됐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증가하고 내수시장이 축소돼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결과가 됐다. 결국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부도나 기업에 많은 대출을 했던 은행들마저도 궁지에 몰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셋째로 일본의 기업가 정신이 죽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기업 이미지인 정직성과 신뢰성이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유키지주시유업의 집단 식중독으로 원인을 조사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을 유통시킨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업은 수입 쇠고기의 위장판매로 물의를 빚었다.

일본의 유명기업인 미쓰비시자동차도 리콜과 클레임 사건을 은폐했고 니혼식품, 미쓰이물산, 니폰햄, 도교전력 등 많은 유명기업의 사고가 발생해 일본 기업의 신뢰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같은 현상이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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