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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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7)


"염세(厭世)해서 들어온 여인도 있고, 천애고아로 의지할 데 없어서 들어온 여인도 있고, 정인(情人)에게 배신당해 들어온 여인도 있고, 지아비를 여의고 들어온 과부도 있고, 그리고 또 불륜(不倫)을 참회하고 들어온 사람도 있고… 출가한 동기는 제각각이오나 불가에서는 입산 동기를 따지지 않으옵니다."

청정심은 저도 그 중의 하나이겠지만 더 캐묻지 말아 달라는 듯이 말하였다.

"과부가 여승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불륜한 짓을 한 음부(淫婦)가 비구니가 되어도 과거는 문제가 안된다는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아무리 음란한 계집이라도 청정비구니(淸淨比丘尼)가 될 수 있고 세상에 둘도 없는 간악한 독부(毒婦)라도 보살계(普薩戒)를 받을 수 있는 것이옵니다."

"그래? 그럼 너는 어느 편이냐?"

"죄 많은 여인이옵니다."

청정심은 왕에게 잡힌 손을 뽑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을 늘키고 있었다.

왕은 청정심을 안아서 자리에 뉘고 소매로 등잔불을 후리쳐 껐다.

자정이 넘었건만 앞뒤 문이 닫힌 방안은 후끈후끈한 가마 속 같았다.

왕은 청정심의 장삼을 벗겼다. 땀물이 질척하게 흐르고 있는 풍만한 젖가슴이 뿌듯하게 손아귀에 들어왔다. 청정심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왕의 어깨를 부여안고 바들바들 떨었다.

"비구니가 이렇게 음행을 해서 쓰느냐?"

"다 마장(魔障) 탓인 것을 어찌하옵니까?"

"내가 그럼 악마로구나. 흐흐흐."

땀을 비오듯 쏟으며 금욕의 염의(染衣)를 벗어버린 젊은 비구니의 알몸은 애욕의 겁화(劫火) 속에 던져졌다.

왕에게는 뜻하지 않은 화간(和姦)이었다. 반야와 청정심 외에도 정진, 묘현, 수혜 등등 비구니와 소녀행자 여려 명을 차례로 농락하고 왕이 환관들과 함께 정업원을 떠난 것은 동이 트기 전이었다.

정업원은 초상집 같았다. 봉욕을 면한 것은 늙고 추하게 생긴 비구니들이었지만 도깨비에게 홀린 듯 얼떨떨하고 참담한 심정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진짜 임금과 환관들이 미복(微服)으로 변장하고 와서 추행을 한 것인지, 불한당 패거리가 임금을 사칭하고 환관 흉내를 내면서 난행을 한 것인지 알쏭달쏭하였다.

왕이 궁성의 후원 담을 높이 쌓고 후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민가를 강제 철거하여 백성의 원성을 사기는 하였으나 야반에 여승방을 기습하여 여승들을 욕보일 정도로 무분별한 엽색(獵色) 취미를 가진 것을 아직도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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