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는 부부관계와 비슷하다. 부부관계에서 법을 들이대는 경우는 이혼을 각오한 상황에서다. 노사관계 역시 법 이전에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D운수는 상시근로자 25명, 택시 25대를 보유한 지방의 중견 택시회사로 자본금은 1억 원에 불과했지만 수입기반이 안정적이어서 경영상태는 양호했다. 그런데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율을 강조했던 창업주가 유명을 달리하고 조카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근로자들은 하루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해졌고, 근로조건과 임금조건에 대해 불만이 커졌다

이에 근로자들은 그간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해고 등에 눈감아주고 오히려 사측에 협력적이었던 A노총 대신 B노총으로 노조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기존 1일 최저사납금 10만 2000원, 정액급여 55만 3000원인 임금체계를 바꿔 평균 운송수입금을 근로자 55%, 회사 45%로 배분하고 임금을 정액수당 75%, 성과수당 25%로 설정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것이 완전월급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비현실적 요구라는 점을 들어 거절했다.

결국 3차례 교섭 이후 사측이 대화를 거부하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고, 조정안을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총파업이란 배수진을 치면서 파업에 돌입, 사측은 직장을 폐쇄했다. 이후 양측은 대화보다 서로를 압박하는 데 치중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갈등을 겪었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폐업에 이르렀다.

일단 분규에 접어들면 상호 불신의 벽에 가로막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따라서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노사 상생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태용한 <대전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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