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규 편집부 차장

얼마 전 모 방송국 퀴즈 프로그램에서 실로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11살의 초등학생이 '퀴즈영웅'에 등극한 것이다. 역대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수 천만 원의 상금도 함께 손에 넣었다.

예선과 결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했기에 더 빛났다. 초등학생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실력과 입심이 강했다.

진행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주위에서는 그 비결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일찍부터 학원에 다녔을까? 부모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공부하고 책 읽는 습관이었다. 학원은 3학년 때까지만 다니고 그 이후로는 가지 않았다. 책장에는 1000권이 훨씬 넘는 책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식을 쌓고 원리를 이해하는 학습습관을 익혔다. 당연히 성적도 상위권이다.

‘퀴즈영웅’이 되기까지는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보통의 어머니들하고는 달랐다. 극성스럽게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야단치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다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 줬다. 어떤 문제의 답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스스로 풀도록 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쳐 준 셈이다.

일찌감치 불어온 사교육 열풍은 수그러질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그 기세가 점점 세지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열기가 대단하다. 심지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까지도 사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공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4~5세 유아들은 놀이방,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만으로 부족해 학습지 2~3개는 보통이다. 추가로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유치원생들도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조기 영어교육 바람이 불면서 경쟁이라도 하듯 학원에 보낸다.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이도 모자라 개별과외는 필수가 돼 버렸다.

이는 중·고등학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대입전쟁은 시작된다. 영어, 수학 과외는 물론 학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의 선행학습이 이뤄진다. 이쯤하면 고등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정서가 형성되는 시기라서 마음이 저민다. 부모들의 과열된 경쟁이 아이들을 '사교육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원리를 알고 스스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학습한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흔히 '공부는 잘 하는데 실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로 주입식 교육의 맹점이다. 부모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새삼 ‘퀴즈영웅’을 만든 어머니의 교육방식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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