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 제조업체인 B사는 1990년대에 급성장한 회사로 재무구조도 건전했다. B사는 전체 근로자의 80%가 주부로 창사 9년 만인 1999년 노조가 설립됐는데 조합원 대다수가 단순 저임금 여성근로자로 노사관계는 원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2001년 젊은층을 중심으로 노조집행부가 구성되면서 노사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노조 전임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위원장이 상급단체 간부로 취임해 노사의 골은 깊어만 갔다.

2002년 임단협 쟁점은 임금 인상폭과 노조 전임자 인정 여부였다. 노조가 기본급 15%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을 요구하자 사측은 기본급 4% 인상, 노조 전임 월 15일 인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임금 문제는 사측이 어느 정도 양보했으나 노조 전임자 문제는 상급단체와 연결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사정은 나빠져 사측은 중국산 저가렌즈 수입과 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우려한 반면 노조는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임단협 쟁점은 노사 간 대화 부재와 사측의 직장폐쇄로 이어지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는데 노조는 대주주와 정치권, 관계기관 등과의 접촉을 늘리고 투쟁강도를 높여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100%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한편 폐업신고를 했다. 결국 B사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수익성 악화, 임금 인상, 노사갈등이 겹치며 ‘안팎 곱사등이’ 처지로 인해 문을 닫게 됐다.

B사의 사례를 볼 때 건실한 기업이 폐업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노사협상 시 양측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유병돈 <대전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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