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선진화 일군 '경제 브레인'

매운 고추로 이름난 청양은 '청양고추'라는 특산물 못지 않게 걸출한 인물도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고추 없이는 우리 음식의 참맛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긴요하게 쓰이지만 우리 나라 공직계에도 음식에 사용된 고추만큼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 왔던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은 '청양고추'만큼 매운 맛을 우리 나라 공직계에 심어 준 청양이 배출한 인물이다.

지금은 학계에서 변화된 경제환경에 걸맞는 인재를 길러 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이 전 장관은 본인의 프로필이 말해 주듯 우리 나라 경제통으로서 화려한 활약을 해 왔다. 더욱이 화려함에 그치지 않고 내실 있는 경제정책을 실현해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세종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이 전 장관은 지난 78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관으로 등용되면서 본격적인 우리 나라의 경제 브레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하던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진행 중에 있었으며, 이때 금융권의 자율화 및 국제화에 대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IMF 외환위기 이후 불거지기 시작한 금융권의 거대자본화를 비롯 한 금융사에서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금융의 겸업주의 등을 도입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등 국내금융의 현대화 작업의 밑그림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이 전 장관에 따르면 당시에는 '관치금융', 즉 정부의 보호 아래 금융정책이 실시되고 있었는데, 이를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도 그 당시 평생 몸담아 왔던 공직 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는 작업을 해 왔다는 것에 대해 주저없이 말하고 있다.

우리 나라 경제 선진화를 이끈 이 전 장관은 경제 전문가로서 현재의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이 동북아 경제의 중심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재의 규제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전 장관은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를 이루기가 어렵고,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을 중심으로 한 국토의 재편성을 통해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 전 장관의 주장은 자연스럽게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로 이어져, 결국 충청권 중심의 국토재편론이란 대명제에 도달하게 된다.

이 전 장관은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국토 전체에 대한 조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정부 부처를 몇 개 옮기는 것은 시행착오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단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보다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군 남양면 남양초등학교를 거쳐 청양중학교를 졸업한 이 전 장관은 건설부 차관 시절 아쉬웠던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청양 지역민들이 찾아와 청양에 공업단지를 조성케 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이 전 장관은 이를 절대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는 것.

이 전 장관은 환경을 고려해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 전 장관은 후에 임해단지를 조성하려는 방안을 갖고 이를 추진했으나 큰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충청도는 어차피 뗄래야 뗄 수 없는 고향이고, 통일이 된 후에도 한반도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며 "최근에 신행정수도 건설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선비의 고장답게 차분하게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약 력> ▲청양 남양초등학교, 청양중학교 졸 ▲보성고,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 ▲78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관 ▲79년 경제기획원 외자계약 심의관·정책조정국장 ▲80년 경제기획국장 ▲82년 재무부 이재국장, 제1차관보 ▲86년 건설부 차관 ▲88년 재무부 차관 ▲88∼90년 경제기획원 차관 ▲90년 한국산업은행 총재 ▲94∼95년 노동부 장관 ▲97년 대우그룹 고문, 아주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2003년 세종대 정보통신대학원장 겸 소프트웨어대학원장(현)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