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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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6)


"내가 정말 임금이라면 궁중으로 따라가겠느냐?"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이 몸은 출가한 비구니이옵니다."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지만 비구니가 되어 사서 고행을 하는 것보다 후궁이 되어 호사와 향락을 다하면서 한평생 사는 것이 나을 것인데?"

왕은 비구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비구니는 몸을 나대면서 앙탈을 하다가 맥이 풀린 듯이 사지가 축 늘어졌다. 염의(染衣)는 입었으되 어딘지 모르게 염야한 자태가 세속 여인의 뜨거운 관능을 감추고 있는 듯하였다.

왕은 여인을 많이 다루어 본 경험으로 곧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왕은 그 비구니를 가만히 풀어 주었다.

비구니는 후딱 등을 돌리고 앉아 풀어진 옷고름을 잡아매고 있었다. 미끈한 목덜미와 귓볼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비구니는 앞 뒤 방문들을 번갈아 보며 수치심에 몸둘 바를 몰라 하였다.

왕은 다시 그 비구니의 손을 잡고 억지로 돌려 앉혔다.

"지금 문 밖에서 지키고 있는 자들은 환관이고, 이 방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궁중의 지밀(至密) 안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비밀이 지켜질 것이니 아무 염려할 것 없느니라."

비구니는 왕에게 잡힌 손을 뽑으려고 팔을 뒤틀면서 꼼지락거면서도 앙탈은 하지 않았다.

"내 너를 궁중으로 데려가랴?"

"……"

"법명이 무엇인고?"

"……"

두번을 물어도 대답을 않고 고개를 외로 꼬다가 세 번 물어서야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청정심(淸淨心)이라고 하옵니다."

"청정심? 비구니의 법명으로는 그럴 듯하다마는 보아하니 업장(業障)이 두터워서 수도(修道)하기는 그른 것 같구나."

왕은 여자를 많이 다루어 본 경험으로 야유 비슷한 말로 청정심의 양심을 찔렀다.

청정심은 옷고름을 만지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삭발한 지 몇 년 되느냐?"

"얼마 아니 되었사옵니다."

삭발하고 여승이 된 지 오래되었다면 또 야유를 들을까 싶어 그런지 얼버무렸다.

"어떤 연고로 비구니가 되었는고?"

왕은 짓궂게 자꾸 미주알 고주알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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