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만 알아도 경제가 보이고 사회가 보인다. 경제가 어려울 땐 서민생활의 어려움등 세태를 비꼬는 신조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외환위기 당시 IMF세대, 최근의 88세대(월급 88만원)가 대표적이다. 88세대는 월평균 88만원을 받는 20대 비정규직을 지칭한다. 세대를 풍자한 신조어이지만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등을 결부시켜 사회내 계급 갈등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신조어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과 컴퓨터통신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지난 90년대부터다. 완벽한 문장이 필요없는 인터넷 상에서 암호같지만 경제적인, 그러면서 뜻은 통하는 신조어는 젊은세대들만의 문화코드인양 인식됐다.

잘나가는 신조어는 하룻만에 전국을 휩쓰는 파괴력을 가진다. 신조어의 주 무대는 바람잘난 없는 정치와 사회분야다.

역대 대통령들은 신조어 생산에 단골 메뉴다. 요즘엔 ‘명박도(島)’란 섬이 지난해말부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다. 명박도에는 강만수와 어청수란 강이 흐르고, 그 곳에 있는 산은 줄파산, 줄도산, 마을이름은 유인촌이란 식이다.

폄훼성도 없지 않지만 오랫동안 정치혼란에 체기를 느껴온 대중들은 가슴속 답답함을 쓸어내리는 순기능(?)도 있다.

사회·교육에선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조기유학 세태를 풍자하며 나온 ‘~아빠’가 들어간 신조어도 시대를 넘나든다. 기러기아빠, 독수리아빠등에 이어 최근에는 황제펭귄 아빠가 새로 등장했다. 황제펭귄 아빠란 직장을 다니는 아내는 한국에 남겨두고 자녀를 데리고 외국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는 아빠들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며 하루 아침에 실직한 가장들이 주류를 이룬다. 황제펭귄은 암컷이 알 한개를 낳자마자 자신의 영양섭취를 위해 바다로 나간다. 수컷은 암컷이 돌아올때까지 두 달 가량 먹지도 않고 알을 품는데 이 기간동안 수컷은 체중의 25% 가량을 잃는다.

국내산 기러기 아빠도 신상(신상품)이다. 자녀들은 학원, 독서실을 갔다가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고, 아내는 자녀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 거주를 하고 있긴 하지만 대화는 불가능한 가족이다.

‘대전총각’도 신조어 반열에 오른다. 대전총각이란 아내와 자녀는 서울등에 남겨놓고 본인만 대전에 방을 하나 얻어놓고 지내는 정부대전청사 직원들을 지칭한다.

지난해 대전발전연구원이 정부대전청사 직원 5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족들과 생이별하며 혼자만 대전에 이주한 직원은 29.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족 전체를 대전에 이주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의 교육문제(38.4%)를 가장 많이 꼽았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전은 전국 1위권의 학업성취도 결과가 예상된다. 이사철과 신학기에 앞서 자녀의 교육문제와 가족 이별로 고민하는 대전총각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식이었으면 한다.

서이석 문화레저부 차장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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