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대전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단과학원이던 M학원은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수강생이 꾸준히 늘며 대형 학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종합학원으로의 성장이 기대됐다.

하지만 강사들의 근로조건은 학원의 성장과 비례하지 않았다. 4대보험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상 각종 의무사항도 준수되지 않아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런데 학원 측은 노조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고, 노조 측도 이런 사측의 반응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일관, 단체교섭에서 팽팽한 긴장관계가 유지됐다.

학원 측은 노조가 단체교섭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교섭 전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없었고, 노조 측은 학원이 고자세로 나온다며 대립했다. 서로의 교섭 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단체교섭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해 노조의 대외투쟁과 학원 측의 해고라는 맞불작전이 전개됐다. 무자격 강사 해고 후 단체교섭 결렬로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으나 양측의 현격한 의견차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져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고 학원은 조합원을 추가로 해고했다. 노사 공방이 계속되자 수강생이 급감하고, 노조의 대외적인 학원 비방과 교육청의 제재 조치가 더해져 이미지가 실추된 학원은 결국 노조가 설립된 후 반년이 되기도 전에 폐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성장일로에 있던 M학원이 폐업이라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노사 어느 쪽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면서 미숙하게 대처한 데 있다. M학원의 노사관계 실패사례를 통해 본 또 하나의 시사점은 소규모 기업도 노사 문제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운영방식이 체계화돼 있지 않고, 노무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면 M학원처럼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소규모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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