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사회부 차장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는 예산 조기집행, 일자리 창출 등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들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 발표를 지켜보던 한 공무원의 싸늘한 말 한마디는 일말의 기대감을 저버리기에 충분했다.

“경제 위기 때마다 매번 예산 조기집행 등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계획대로 진척된 경우는 없었다. 인사 이동에 새해 업무보고, 예산 배정 등이 이뤄지려면 예산 집행 시기는 빨라도 2월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시행을 목표로 발표된 대전시의 각종 대책들이 언제쯤 시행될 지에 의구심마저 들었던 지난해 12월 중순 경 시청에서 우연히 듣게 된 한 대화는 또 다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대화의 주제는 올해 1월 1일부터 공고, 시행하려던 중소기업 관련 지원대책이 당초 계획대로 이뤄지려면 공고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보름가량 앞당겨야 한다는 것.

불과 10여 일 전에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마친 데다 공식 발표까지 한 상황에 재협상은 불과하다는 담당공무원과 자금난에 빠진 지역기업들을 위해 힘들더라도 공고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상사 간의 격론은 결국 조기시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해당 대책의 조기시행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불과 15일 간 지역 중소기업 128곳이 225억 원을 지원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 달에만 수백 곳의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었다.

만약 담당공무원이 ‘시행시기를 불과 15일 앞당기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냐?’며 안일한 생각으로 일처리를 했다면 수백여 곳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는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

공무원 한 명의 희생과 헌신, 판단이 적게는 수백 가정, 많게는 수천 가정을 위기에서 건진 것이다.

이처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박성효 대전시장을 비롯한 지역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박성효 시장은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 유치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정부 부처와 중앙 정치권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오전엔 대전, 점심시간을 이용한 KTX 상경, 오후엔 서울, 밤에는 대전’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바쁜 시장 덕에 연일 야근을 하고 휴일을 반납하는 공무원들이 늘면서 휴일 저녁 시청 인근 식당에서 가족을 불러 외식을 하는 모습도 이젠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로 주어진 일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몸을 사린다는 의미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지적됐지만 이젠 이 말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의 수고로 지역경제가 더 빨리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는 섣부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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