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현장을가다]LIG넥스원㈜ 기술연구소

▲ LIG넥스원㈜을 비롯해 국방산업클러스터가 입주하게 될 대덕연구개발특구 1단계 산업용지 개발사업 예정부지로 오는 6~7월 경 분양될 예정이다. 대전시청 제공

대전지역 내 자원과 역량을 모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박성효 대전시장의 제안으로 시행된 '기관마케팅' 사업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국방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경 기관마케팅 차원서 대덕특구 내 한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방문했던 대전시청 공무원이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가 국내 최고의 정밀전자 분야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기술연구소를 유치하는 계기가 됐던 것.

정부 출연연의 애로점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방문기관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LIG넥스원㈜이 수도권에 있는 기술연구소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큰 의미없이 말했고, 이 같은 내용이 대전시청 기업유치담당자에게 전해지면서 대덕특구 내 국방산업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의미있는 첫 단추가 채워졌다.

시청 투자마케팅과 담당자들은 LIG넥스원 측에 기술연구소 이전 가능성을 타진한 후 검토 중이라는 의사를 확인, 불과 1주일 만에 시의 관련 인프라와 인센티브 등을 담은 투자유치제안서를 작성해 본사를 방문하는 발빠른 행보를 펼쳤다.

기업유치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산업용지가 없었던 대전시는 부족한 산업용지 문제를 해결하고 외지기업유치를 위해 당시 추진 중이던 ‘대덕특구 1단계 산업용지 개발사업(안)’을 들고 500원짜리 동전으로 선박 수주 활동을 벌였던 고 정주영 회장의 심정으로 첫 미팅을 임했다.

시 담당 공무원들은 대덕특구 1단계 산업용지 조성 예정지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정부 출연연을 비롯해 군수사령부, 교육사령부, 인근 국방 관련 벤처기업들과 인접해 대규모 국방산업클러스터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지역임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설득작업을 벌였다.

▲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효구 LIG넥스원㈜ 대표이사와 지난해 6월 26일 시청에서 국방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약정(MOU) 체결식을 가졌다.

대전시청 제공

첫 접촉시 대전 이전을 생각지도 않았던 LIG넥스원 관계자들은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해 3월 중순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자는 심정’으로 현장을 둘러본 후 ADD와 인접한 산업용지 예정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관련 검토작업을 하겠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양 기관 간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박성효 시장이 LIG넥스원 본사를 방문, 이효구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만나 기술연구소 이전을 적극 권유한데 이어 관련 임원진들을 대전으로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여 기술연구소 이전에 합의하고 지난해 6월 26일 관련 MOU를 체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LIG넥스원이 입지를 희망했던 부지가 주변 정부 출연연의 전파 관련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으로 전파 관련 시설의 입주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LIG넥스원의 소재지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이전기업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기준’에 수도권 내 대상지역에서 제외돼 관련 보조금 지원이 불가능해진데다, 기숙사 시설 설치도 제한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치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대전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덕특구지원본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시행사인 토지공사 관계자들을 수십 차례 만나 설득작업을 벌인 끝에 전파 관련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대안 부지를 물색하는데 성공한다.

대안 부지를 살펴본 LIG넥스원 측은 입주조건으로 기존 임야와 수목을 그대로 보존, 활용하는 원형지 개발을 내걸면서 또 다른 걸림돌로 부상했다.

실제 토지공사는 당초 원형지 개발 계획이 없던 곳인 데다 원형지 개발 대상이 되려면 최소 6만 6000㎡ 이상, 클러스터 조성시에는16만 5000㎡ 이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기업유치도 하고 국방산업 클러스터도 조성해야 했던 대전시는 양 측은 오가며 자칫 실패할 경우 모든 것이 무산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협상을 3개월간 벌인 끝에 원형지 개발과 국방산업클러스터 조성이라는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더구나 1만 6500㎡ 규모의 기술연구소 이전 MOU를 체결한지 6개월 간 새롭게 부상한 걸림돌들을 해결해내면서 이전 부지를 4배가량 늘리고 종합연구소 이전으로 유치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국방산업클러스터라는 또 다른 성과물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한 것.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기업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박 시장 이하 시청 공무원들의 열성적인 노력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태동 투자마케팅 과장은 “LIG넥스원㈜의 대전 유치 성공은 박성효 시장이 취임한 후 적극 추진 중인 기관 마케팅 활동의 성과로 볼 수 있다”며 “기관 마케팅을 통해 대덕특구 내 정부 출연연과 수시 접촉을 하면서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국방연, 군수사, 기계연구원 등 국방산업을 특화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 여건을 염두에 두고 유치활동을 펼친 노력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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