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건양대 교수 / 극단 금강 대표

계룡 신도시가 전원도시, 문화의 도시로 계획된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도시라면 적어도 문화의 중심인 공연장의 형태를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하는가 하는 정도는 미리 논의해야 한다. 대전 예술의 전당의 운영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극장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측면과 공연예술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에서 빚어진 일이다.

공권력의 억제를 사회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는 문화기관이나 문화시설들은 민간주도형으로 운영된다.

각 기관들이 독립성을 가진 운영위원회나 평의회 등의 의결기관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는 달리 중앙정부 주도형의 문화시책을 전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공공 문화시설의 운영체제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극장 자체의 소유권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운영권은 완전히 민간 차원에 위임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역 공공극장인 '문화의 집'에는 각기 독립적인 이사회와 이사장이 있고, 실질적인 운영 책임은 공개채용 형식으로 추천, 임명되는 관장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책임운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단 임명된 극장장과 스태프들은 공무원처럼 지위가 보장되면서 동시에 민간조직처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운영되는 일본의 지역 문화시설의 운영체제는 두 가지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지방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행정관료제적 운영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80년대 이후 재단법인과 같은 법인체를 구성해 운영을 위탁하는 형태이다.

위탁운영의 경우도 행정이 100%를 출자하고 시설관리와 재정업무는 관에서 파견된 관리가 관장하고 있는 제2행정섹터 형태이다.90년대에 들어와서 일본의 신국립극장은 운영모체로 '문화진흥재단'을 설립하고, 관장에 예술전문가를 영입해 그 밑에 예술감독제를 신설했다.

구미의 경우 공공 극장은 건물운영을하는 산하 단체가 운영주체가 아니라 극장이 기획 주체이면서 제작의 주체이다. 기획·제작 스태프는 연간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기획한다. 극장의 목적과 예술적 창의성을 기준으로 삼아 관객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공연을 프로그램으로 조직화하고 있다.

극장요원을 채용하거나 전보 발령을 낼 때에는 관련 분야를 전공했거나 관련 분야에 경험이 있는,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관련 분야에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을 채용·발령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 문제는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국·공립 극장의 운영체제가 관료조직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체제의 정비와 직접 관련이 되는 문제인 만큼 전향적인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의 경우 5000명의 직원 가운데 박사급이 750명 정도(90년 기준)였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아야 하겠다.

극장기능의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볼 때, 프랑스의 경우 초창기의 '문화의 집'이 대규모적이고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복합문화시설이었다면 '문화활성화센터'나 '문화발전센터'는 중소 규모의 경비 절감형 문화시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당초에 복합기능을 하던 '문화의 집'도 오늘날에 와서는 대부분이 몇몇 장르의 예술활동에 치중하는 특장·전문화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특장화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응과 호응도도 높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60~70년대에 건립된 다목적 문화홀에 대해 '다목적 홀은 무목적 홀'이라는 반성이 있었다. 그래서 80년대 이후 각 지역에 특색 있고 내실 있는 중소 규모의 전문 특장시설 즉 콘서트홀, 연극전용극장 등으로 그 기능이 변화하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이 된다.

무대예술의 발전은 극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극장부터 짓고 운영방법을 고민하는 우리들에게는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