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記者

오사카대학 명예교수 모리시마 미치오 박사는 오늘날 일본의 경제적 몰락은 교육과 정신의 황폐에서 오는 정치적인 무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정치적 이노베이션(혁신)만이 일본의 몰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좋은 교육개혁도 유능한 관료와 기업가, 그리고 지식인만을 육성하는 것에 그치고 훌륭한 정치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 장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 정치는 3무로 특징지어지는 즉, 무신념, 무정책, 그리고 무책임의 상징으로 되어 있으니 일본의 몰락은 필연적이며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를 볼 때 일본처럼 그렇게 무기력하고 부패하고 무책임할 수가 없다. 한국정치가 대화나 타협, 그리고 아무런 양보도 없이 대립과 갈등, 그리고? 투쟁으로만 간다면 한국의 몰락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싶어 하는 말이다.

우리 나라는 60년대 초 국민소득 80달러 시대로부터 1997년 1만달러 시대를 만들 때까지 온 국민들의 힘겨운 땀과 눈물과 시련이 강요됐다. 눈부실 정도로 빠르고도 내실 있는 40여년간의 한국경제 발전은 온 세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으며, 특히 후진국들의 국가 경제개발과 발전의 모델이 돼 왔다. 만약 이와 같은 패턴대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면 한국은 2003년인 지금쯤 1만8000달러에서 2만달러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어야 한다.

과연 무엇이 한국경제의 몰락을 가져 왔던가? 한국경제의 잃어버린 10여년을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아무도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끈질기게도 우리 사회와 정치, 그리고 우리 기업과 노동계는 심지어 교육계까지 비생산적인 대립과 반목, 그리고 투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2만달러 시대를 가로막는 요인들이며 한국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잦은 노사분규와 그 원인을 노동자들에게만 돌리기에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엉켜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자기 직장에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조건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항상 먼저 생각하고 그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적 단계까지 경영환경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인재등용과 질 높은 노동력 관리를 위한 연구부서가 기업 내 중요 부서로 등장하고 있다. 노동계약에 의하면 주 40시간에서 45시간 일하는 한국의 일꾼들은 이런저런 이유의 잔업으로 직장에 남아서 일하는 시간을 합치면 사실상 주 55시간에서 65시간을 넘게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일한 대가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사회적 인식은 항상 인색했다. 따라서 일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쌓이게 되고 사무실이나 공장에서의 생산성은 떨어져 갔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실정인데 '내가 어떻게…'라는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린 10년이란 세월을 비생산적이며 비경쟁적으로 살아왔다. 이것이 2만달러 시대를 성취할 수 없었던 커다란 사회·문화적 이유가 됐다.

프랑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기업들은 주 30시간 내지 35시간의 노동으로 우리의 배가 넘는 국민소득과 생산성을 이룩하고 있다. 이것을 먼저 분석하고 성취시켜야 할 우리 정치인들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오로지 다음 선거에만 빠져 있으니 한심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그들 선진국의 모든 것과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 남는다. 이웃 나라 일본경제의 몰락을 보면서 또 한번 한국정치의 이노베이션을 바란다. 그것만이 잃어버린 한국경제의 10년을 되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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