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건설교통부 역명 선정 자문위원회가 경부고속철도 4-1 공구 역 명칭을 투표방식에 의해 '천안아산역'으로 정한 이래 천안과 아산지역의 일부 주민들의 반응은 때로는 민망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해서 더 이상 지켜보기조차 힘들다.

국도 21호선을 따라 천안에서 아산쪽으로 가다 보면 전국적인 온천관광의 명소답지 않게 건교부가 정한 역사명칭이 부당하다는 요지의 엄청난 플래카드에 한눈을 팔게 되는가 하면, 천안시 내는 이미 정한 역 명칭을 왜 빨리 시행하지 않느냐는 항의 문구가 도처에 걸려 있다. 아산주민들은 역사의 위치가 행정구역상 아산에 속하는 만큼 '아산역'으로 함이 당연하다는 것이고, 천안주민들은 역사의 상당 부분이 천안행정구역에 맞물려 있어 이 땅의 역사성과 지명도를 고려하면 '신천안역'이 옳다는 주장으로 맞받아쳐 역사 명칭 논쟁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지난 2000년 10월 23일 충남도 지명위원회는 역사가 위치한 지명을 고려해 '장재역'으로 제안했건만, 건교부가 냉큼 나서 "역명칭이 생소하고, 어감이 좋지 않다"며 재론을 유도해 오히려 파문만 더 키운 꼴이 됐다. 따라서 이번의 사단은 건교부의 무책임 행정이 그 한 원인임을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지역간 갈등 와중에서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이니,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이니 하는 굵직한 과제들을 추진하면서 이 사안에 대해선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뭐 잃고, 뭣도 잃을까 두렵다. 언제까지 충남의 수부적 위치에 있는 두 지역의 화해 없는 무한투쟁만을 지켜볼 셈인가. 건교부와 충남도는 이제부터라도 양 지역의 시장·의회 의장은 물론 관계시민들까지 한자리에 불러 모아서 이른바 투쟁(?) 종식의 명분을 제공해야 할 때다. 역사 명칭 문제에 대해 천안, 아산시민들에게 정중히 여쭤 보는 자세가 아쉽다. 조정과 합의과정을 통해 차선책이라도 이끌어 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당국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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