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면 거쳐야 하는 신고식의 역사는 깊다.

국사편찬위원회 박홍갑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조선 중종 36년(1541년) 사헌부 상소에 면신례(免新禮)의 유래가 나오는데 고려 말 처음 관직에 나간 권세가 자제들의 교만하고 방자한 기세를 꺾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 고문서인 면신첩(免新帖)에는 신참(新參)을 면했음을 증명하는 의식인 면신례를 치른 뒤 동료로 대접해줬다는 신참 관리 신고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회장은 신입사원과 모래판에서 뒹굴며 요즘 말로 '스킨십 경영'을 했다.

향토기업 ㈜선양은 수습을 면할 때 마라톤 시험을 봐 눈길을 끈다.

경제위기로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기업들은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아 재수, 삼수를 마다않던 '취업준비생'들의 앞날이 암담해졌다.

무(無)채용시대에 신고식을 치르는 기관과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울 듯싶다.

기관과 기업들은 정규직 대신 인턴사원을 뽑고 있다.

'비정규직'을 '인턴사원'이 대체하는 새로운 고용구조가 일반화될 조짐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정이 이렇자 '취집'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취집은 취직 대신 시집을 택하는 여대생들의 선택을 뜻하는 말로, 어차피 쉽지도 않은 취직보다는 일찌감치 결혼하겠다는 생계형 결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게 요즘의 세태다.

40·50대에게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은 변변한 자원도 없다’란 말이 각인돼 있다.

유일한 자원이 사람이기에 사람의 힘으로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역이 될 20·30대 취업준비생들에게 한국사회는 희망을 주기보다 지독한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

예전에는 20년 배워 30년을 기관 및 기업발전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30년을 배워도 정작 일할 곳이 없어 수많은 젊은이들이 백수 신분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독한 취업난으로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500만 명을 넘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여야 싸움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는 국민은 나몰라라며 2월 임시국회 일정을 앞두고도 지지고 볶으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작고한 전 이병철 삼성회장과 정주영 전 현대회장은 인재가 만사라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했다.

일자리가 없으면 경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므로 기관과 기업은 불황을 인적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기하강을 이유로 인력 감축에 급급하기보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사람’으로 인식,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재를 발굴·육성해 경기 상승국면에 대비하는 역발상이 요구된다. 박길수 경제부 차장 blu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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