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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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5)


"여봐라! 밖에 누구 없느냐?"

"예, 나리! 소인 대령이오."

"어서 또 들여보내지 않고 무얼 꾸물거리는고?"

"예, 예, 지금 곧…."

밖에서 앙탈하는 여승을 강제로 끌고 오는 기척이 들렸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면서 헐렁한 장삼을 입은 비구니 하나가 내던져지듯 방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사내는 그 비구니가 얼떨떨한 정신을 가눌 틈도 없이 달려들어 팔을 낚아챘다.

"나리! 사, 살려 주세요!"

비구니는 새파랗게 질려 바들바들 떨며 애원하였다.

"누가 너를 죽이느냐?"

"비구니가 몸을 더럽히면 죽는 것과 진배없사옵니다. 나리, 살려 주세요."

"환속(還俗)하면 되지 않느냐?"

"죽어도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환속해서 후궁이 되어라."

"…?"

비구니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땀이 번질거리는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환속해서 후궁이 되라는 말에 이 사람이 정말 임금일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이 서린 눈빛이었다.

사내는 서른 살 가량 되었을까 싶은 귀골이었다. 그는 왕이었다. 그러나 절에 사는 비구니가 언제 임금을 본 일이 있을 것인가.

"왜? 내가 임금 같아서 그러는 게냐, 아닌 것 같아서 그러는 게냐?"

"나리의 종자들이 모두 수염이 없고 목소리가 계집 같은 것을 보면 다 환관 같사온데, 나리를 전하라 부르지 않고 칭신(稱臣)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비구니는 위기일발의 함정에 떨어진 것을 망각한 듯이 눈을 반짝이며 말대꾸를 하고 있었다.

"아하하하… 그럴 테지. 그럴 게야. 아하하하…."

왕은 데설궂게 한바탕 웃어잦혔다.

왕은 선비로 가장을 하고 여승방을 습격하여 여승들을 강제 추행하는 것이었지만 어명을 빙자하여 강압 수단을 쓴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가 진짜 임금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서 내시들을 불한당 패거리처럼 꾸미게 하고 칭신하지 못하게 한 것이 정업원 여승들의 판단을 혼란케 만든 효과에 왕은 스스로 만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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