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차철호 차장

요즘 자전거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각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자전거 활성화 시책을 내놓으며 녹색혁명을 이끌고 있다. 자전거도로, 보관소 등 인프라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대전시의 경우 '타슈~'라 이름 붙여진 시민공용자전거가 페달을 밟으며 두바퀴 붐을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자전거 타는 여건이 좋아지고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거리에 자전거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방해꾼들도 많다.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이나 자전거를 위협하는 차량 운전자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자전거 도둑들이 그들이다.

얼마 전 어느 현직 지검장이 관사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자전거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지검장 비서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접수 직후 지구대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탐문수사 등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사건을 이첩받은 관할 경찰서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진땀을 뺐다. 자전거를 다시 찾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도난문제이다.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많게는 열 차례 이상 잃어버린 경험이 있을 정도로 도난이 빈번하다. 오죽하면 자전거를 구입하기 전부터 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걱정할까.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단단히 채워 놓지만 속수무책이다. 보관대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자치단체도 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자는 여론이 높다. 모든 자전거에는 핸들축이나 크랭크축 등에 영어와 숫자로 이뤄진 고유 차대번호가 있는데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인계받은 주민이 구청 등에 신분확인과 함께 차대번호를 등록하는 제도가 자전거등록제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고 국내에서는 서울 일부 구청, 진해시, 창원시, 제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사실 정부는 10여 년 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자전거등록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자전거 등록업무가 관할 시·구청 자율로 맡겨진 데다 홍보 부족으로 등록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제조회사, 색깔, 차종, 차대번호 등 등록정보가 경찰청과 연계되지 않아 도난시 조회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자전거등록제를 시행, 온라인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전거 등록제와 함께 많이 나오는 대안이 자전거 보관소 설치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있으나마나한 무료 자전거보관소 대신 유료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낡은 자전거만 즐비한 보관소에 새 자전거를 주차하면 금세 눈에 띄어 자전거 도둑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갖춘 전자칩을 부착해 도난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최근 녹색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다. 전국일주 자전거길도 좋고 '투르 드 코리아' 코스도 좋다. 하지만 거창한 청사진보다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안전하고 마음 편하게 페달을 밟을 수 있게 하는 시책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ic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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