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 고문

독일 라인강 부근에 로렐라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남자는 그 아가씨를 버리고 멀리 떠나갔다. 다른 애인이 생겼던 것이다.

남자에게 배반을 당한 로렐라이는 라인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 이후 이곳을 항해하는 배들이 곧잘 조난을 당했는데 요정으로 변한 그 아가씨가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재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 라인강에 있는 로렐라이 언덕의 애틋한 전설이다. 이 전설이 유명해진 것은 독일이 자랑하는 대표적 시인 하이네가 로렐라이 전설을 시로 읊으면서다. 그 시에 F.질허가 작곡한 노래는 우리나라에까지 애창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은 이런 것을 배경으로 로렐라이 언덕을 관광 명승지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끊임없이 로렐라이 노래를 들으며 이곳을 찾는다.

나도 오래 전 라인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로렐라이 언덕에 큰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있었는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좁은 강폭의 물살이 휘어져 흐르는 곳에 높이 132m의 평범한 암벽.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여행가이드는 열심히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하고, 관광객들은 사진찍기에 바빴다. 나는 로렐라이 언덕을 보며 문득 우리 금강의 곰나루와 낙화암을 생각했다. 두 곳 모두 가슴 찡한 전설이 어려있지 않은가.

공주시에 있는 곰나루 건너 연미산 굴 속에 한 남자가 암컷 곰과 살고 있었다. 아이까지 낳았다. 그런데 남자가 곰을 배신하고(로렐라이 언덕의 전설처럼) 금강을 건너 도망을 쳤다. 곰이 뒤따라 오며 떠나지 말라고 울부짖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암컷 곰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것이 곰나루의 전설이다. 그리고 이곳 곰나루 솔밭에는 그 곰을 기리는 사당이 지금껏 보존되어 왔다.

부여 낙화암은 어떤가.

나·당 연합군이 670년 부여 백제왕궁을 포위하고 공격해오자 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백마강에 몸을 던져 자결을 했다는 전설. 물론'삼천궁녀'는 '3000'이라는 숫자의 궁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대단히 많은 백제인이 몸을 던졌다는 충성심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 애틋한 전설을 지닌 강은 우리나라에서 금강뿐이다. 라인강의 로렐라이와 비교할 수 없는 금강의 곰나루, 낙화암이다. 로렐라이와 다른 점은 우리는 강의 수량이 풍부하지 못해 유람선을 띄울 수 없다는 것. 학자들 중에는 백제가 수도를 공주에서 부여로 옮긴 것은 결국 금강의 수량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큰 배가 공주까지는 올라올 수 없었기 때문에 중국, 일본까지 해상교역이 활발하던 백제는 부득이 수도를 밑으로 옮긴 것이지, 북방 세력에 쫓겨 부여로 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은 수량이 생명이다. 이렇듯 금강은 수량을 높이면 충청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하늘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금강, 낙동강 등 4대강의 7개 선도지역에 우선 8300억 원을 투자하고 2011년까지 14조를 투입, 정비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말 많은 '운하'가 아니라 둔치를 넓히고 강 바닥을 파내는 하도정비, 제방보강, 하천환경정비, 자전거길 조성 등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19만 개의 일자리 창출 등 '뉴 딜' 정책이라고 했다.

우리 금강의 경우 연기군부터 시작, 행정복합도시 건설사업과 연계해 자연친화적인 수변공간을 조성하는 것. 그러나 이 기회에 곰나루와 낙화암을 라인강의 로렐라이처럼 관광선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조성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금강을 살리는 큰 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운하'가 아니어도 금강은 돈(경제적 가치창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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