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개 국 중 47위.’

세계적인 경영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인 모임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한국경제 도약의 결정적인 걸림돌로 노사관계 후진성을 꼽는다.

세계은행의 ‘2008 보고서’에서 178개 국 중 사업하기 좋은 나라 30위로 꼽힌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이와 같은 평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고질적으로 반복돼온 대결적 노사관계가 아닌가 한다. 이를 보여주는 예로써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살필 때 두드러지는 것은 사업장 점거, 정문 봉쇄, 출·퇴근 저지 등의 불법적 집단행동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무구조가 건전한 벤처기업으로 코스닥시장 등록을 준비하고 있던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134억 원 규모에 달하는 데다 독자적 개발상품 수요 증가로 인해 성장 일로에 놓여 있던 우량중소기업이었다. 그러나 노조 설립 후 이들의 움직임에 신경이 예민해진 사 측은 노조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노조사무실에 몰래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지나친 경계를 했고, 이는 이후 진행된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몸싸움과 폭행사태를 야기시키며 급기야 파업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결국 심각해진 노사관계를 수습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장은 자금 여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부도를 내고 잠적해 버렸고 이는 곧 폐업으로 이어졌다. 임단협 시작 후 40여 일 만이었다.

물론 노사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게 한 원인은 사 측에도 있었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대립과 투쟁 위주의 과격한 쟁의행위는 얻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이 유망중소기업 폐업이라는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으며,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피해만 낳았을 뿐이다.

소위 민주 대 반민주, 노동 대 자본이라는 대립구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함께 ‘자본이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에서 ‘노사는 사회적 동반자’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혜선 대전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근로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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