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 고문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처럼 꾸미기 위해 북한의 인공기까지 내걸었던 1970년 3월 31일의 '요도호 납치' 사건은 과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당시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던 좌익의 '적군파'(赤軍派) 9명이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여 후쿠오카로 향하던 JAL 항공 '요도호'를 공중납치, 김포공항에 비상착륙하여 승무원과 탑승객 전원을 인질로 잡고 평양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공포와 긴장이 김포공항을 숨죽이고 있었다. 이 때 일본에서 급히 날아온 야마무라 신지로(山村新治郎) 운수성 정무차관이 납치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현직 국회의원(중의원)이기도 했다. 얼마 후 인질로 잡혀있던 129명의 탑승객 전원이 풀려 나왔다. 손에 땀을 쥐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성을 터뜨렸다.

결국 야마무라 운수성 정무차관이 인질로 잡히고 그 대신 무고한 승객들을 석방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적군파 범인들은 야마무라 차관을 태우고 유유히 북한으로 넘어갔다.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인질이 된 야마무라의 용기에 대해 찬사가 이어졌다.

자신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기 속에 국민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 이것이 진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경제위기'에 인질이 되어 숨막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곤두박질치는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투자회사 지점장이 자살을 하기도 하고, 기업하는 사람은 부도의 공포에 떨고 있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금리도 낮춰주라고 강력히 말했지만 은행은 요지부동이다.

대기업들은 자금에 여유가 있어도 자기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서 빌려 쓰고 있는데 이와 같은 대기업들의 현금확보에 중소기업은 죽어나고 있다.

택시를 타 보라. 택시기사의 입에서 얼마나 멍든 불평이 쏟아 지는가를….

그래도 이 긴박한 '인질사태'에 뛰어드는 정치인이 없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뉴스는 한 번도 듣지 못했고 자고 나면 서로 욕하고, 비난하고, 정파의 목소리만 낼 뿐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모든 나라가 경제살리기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한국과 태국만 당파싸움으로 날새는 줄 모른다.

하기야 우리 역사는 정쟁의 피로 얼룩져 왔다. 심지어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렇게 나라의 운명이 절박한 중에도 동인, 서인, 노론, 소론… 하며 싸웠다.

오죽했으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것을 두고 '전사'가 아니라 '자살'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충무공은 이제 전쟁이 끝나고 나라를 구했지만 앞으로 있을 당파싸움에서 틀림없이 자신이 희생양이 될 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다.

정말 지금 우리 경제사정이 심각하다. 지난 IMF 때보다 더 어렵다. 심지어 잘 나가던 조선업이 흔들리고 건설업은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 속으로 뛰어가 스스로 인질이 된 야마무라 같은 정치인이 그립다. 제발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 총동원령이 정치판에 내려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