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강타'대전 지하상가 ·쇼핑몰

▲ 대전 중앙로 일대의 지하상가가 불황으로 권리금과 시설비가 사라지고 문닫는 상가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셔터를 내린 한 상가가 점포정리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다.<우희철 기자>
한때 대전지역 최대 황금상권으로 불렸던 중구 은행·대흥동 일대 충남도청 앞 지하상가를 비롯 쇼핑몰들이 불황 직격탄을 맞아 초토화되고 있다.

'언젠가 나아지겠지'라며 기대했던 상인들의 어깨는 곤두박질치는 불황의 무게가 버티기 어려운지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12일 의류를 비롯 화장품, 신발, 가방 등을 파는 602개의 소규모 점포가 들어서 있는 충남도청 앞 지하상가 일대.

이곳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1번가로 불리며 상인들 사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상권이었지만 그 명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구 대전시청∼도청간, 천주교 대흥동 성당 방향의 대종로 상가 구역 등은 각각 20여개 가량의 점포가 폐업 정리에 들어갔거나 일부는 빈 상태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4개월 이상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때문에 보증금이나 권리금이 사라진 곳도 허다하다.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도 생기를 잃어 버린 모습들이다.

상인 A모(35)씨는 "불황이 깊어지기 시작한 석달 전부터는 한달 중 10일 이상을 공치면서 물건도 떼오지 못하고 있다"며 한창 무더운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떼다 놓은 봄옷 등 재고상품만 쌓아 놓고 있었다.

중구 은행동 구도심 상권에 지난 2년 전 오픈한 패션몰 밀라노21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이곳 역시 지하 매장의 경우 100여개에 달하는 점포 가운데 단 한 곳만 장사를 하고 있는 등 전체 공실률이 50%대를 육박하고 있다.

둔산의 선사엔조이도 오픈 당시 4개층을 쇼핑몰로 운영(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선 5∼6층은 제외)했지만 석달 전부터는 1층 매장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아예 문을 닫았다.

이곳은 보증권, 권리금은 물론 임대료까지 안받는 곳도 있을 정도이며 350여개의 점포 중 50여개만이 현재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B모(45·여)씨는 "오픈 당시 3층 점포를 임대해 영업했는데 지난해부터 점점 빈 점포가 늘면서 지금은 1층으로 옮겨 관리비만 내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비싼 임대료 때문에 1층 매장 점포는 엄두도 못냈지만 지금은 분양주가 헐값에 제안해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은 불황의 엄습도 원인이겠지만 좁은 상권을 감안치 않은 채 쇼핑몰까지 겸비한 대형유통업체들의 잇따른 입정분양에만 급급했던 시행사들의 상권분석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낳은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타게이트를 비롯한 올리비아, 로데오타운, 패션월드 등의 쇼핑몰들이 줄줄이 개점을 준비하면서 상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인 C모(46·여)씨는 "현재도 관리비와 재산세만 날리는 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앞으로 쇼핑몰이 난립하면 어찌해야 할 지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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