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국악단이 왓소축제에서 사물놀이를 펼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 나니와노츠라는 포구(浦口)가 있었다. 고대로부터 일본의 대문 역할을 하던 나루였는데 백제를 비롯, 신라와 중국 등의 사신과 문물 교류가 이곳을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포구에는 한반도에서 오는 배와 떠나는 배로 늘상 번잡하였다. 지금도 이곳 오사카 시내 중심가에 남아있는 '구다라' 즉, '백제(百濟)'라는 지명을 가진 학교, 버스정류장, 신사 등을 보면 얼마나 이곳이 백제와 밀접한 곳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백제에서부터 조선왕조의 통신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건너오는 배들이 닿으면 포구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기며 '왓소!'를 외쳤다. '왔습니다', '왔습니까?'- 그 모두를 포함한 환영의 '왓소'였었다.

이들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손님들을 맞이하던 환영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바로 '왓소'축제.

축제의 정식 명칭은'시텐노지(四天王寺) 왓소 마쓰리'. 1990년부터 매년 11월 첫 일요일을 택해 일본에 왔던 왕인(王仁) 박사 등과 손님을 맞이하던 시텐노지 사찰을 세운 '쇼토쿠' 태자 등 4000여 명이 옛날의 복식을 한 채 펼치는 가장행렬이 특징이다.

정식 이름보다 '왓소'축제로 더 잘 알려진 것은 이들이 행렬을 이어가면서 '왓소! 왓소!'를 외치기 때문이다. 이 '왓소'의 외침은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에게는 가슴을 펑펑 울려주는 북소리와도 같은 것.

일본에서의 과거 겪었던 민족차별, 민단과 조총련으로 갈라져 반복해온 갈등, 그 쓰라린 회환들에 '왓소'의 고함소리는 따뜻한 위안을 주고 그 옛날 선조들께서 일본에 문물을 전해주던 긍지를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에 참가한 한국에서 온 대표단들은 큰 감동을 줄 수밖에.

그 중에서도 충남국악단원들의 신명나는 사물놀이는 더없이 우리 교포들을 사로잡았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함께 손뼉을 치며 흥을 돋우었다. 한국 전통무술팀, 춘향이라는 이름의 퓨전 국악팀이 펼치는 아리랑 등도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백제 기마군단이 등장하는 영상물도 좋았고 장장 2시간여에 걸쳐 펼쳐지는 가장행렬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뜨거운 축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하는 소리도 있었다. 축제위원회의 한 임원은 교포1세, 2세, 3세까지는 '뿌리'에 대한 열정이 이어질 것이지만 그 다음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왓소'축제 후에 있었던 리셉션에서 충북 영동에 고향을 둔 교포기업인 한 분은 한국인은 뿌리의식이 유난히 강하기 때문에 그 전망에 대하여 낙관한다고 했다.

사실 이 축제의 비용은 한 때 재일교포가 했던 신한은행이 스폰서를 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나 특정기업에 기대지 않고 몇몇 뜻있는 교포들의 모금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규모는 다소 축소될 수 있어도 연면히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권철현 주일대사가 대독한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나 일본 정부 측 인사가 전한 아소 수상의 축사에서도 '왓소'축제가 갖는 의미와 염원이 강하게 나타났고, 특히 ‘일본의 오바마'라 불리는 불과 38세의 젊은 오사카지사도 축제장에 나타나 뜨거운 관심을 보임으로써 우리 교포들로 하여금 축제에 대한 확신을 크게 심어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국으로부터, 특히 백제권의 우리 충청인들의 성원이 필요할 것이다.

<오사카에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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