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역시 물에 약한 고장이다. 본격적인 장마권에 접어들면서 하루새 131㎜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9일만 해도 대전은 물난리로부터 헤어날 재간이 없었다. 유등천 복수지점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고 시간당 60㎜의 장대비가 퍼붓자 하수가 역류해 유성구 봉산동 일대가 침수소동을 빚는 등 적잖은 물난리를 겪었다. 최근 몇년 동안 큰비가 내리지 않아 대전은 안전지대인 것처럼 여겼던 사람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그러나 평균고도가 100m 미만의 분지로 형성된 대전은 원래부터 물에 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전천, 유등천, 갑천 등 3대 하천과 수많은 지류들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금강에 합류하게 되는 지형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나는 하수량을 짧은 시간 내에 금강까지 뽑아낼 수 있는 하수시설이 허술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하천의 하상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어 자칫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금강 본류의 도도한 흐름에 의해 물길이 일단 정지당하는 현상이 이는 것도 크나큰 위험부담이 되고 있다.

그동안 대형 태풍의 길목에선 비겨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대전의 강수량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대전의 연간 강수량은 최저 939㎜에서 최고 1598.7㎜로 기록되고 있지만 지난 87년의 경우처럼 1880.7㎜라는 엄청난 강수량을 기록하는 예외성도 있다. 언젠가 대전천이 범람, 은행동 일대가 물바다가 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설마가 사람잡는 변고가 언제 또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엊그제 유성에서 겪은 물난리는 수방당국의 방심이 화를 자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 모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하기 나름인 것이다. 애당초 지형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 환경에선 도시홍수에 대비한 완벽한 배수시설을 갖추고 체계적인 수방대책을 마련하는 등 만반의 대책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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