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산업사회는 정치파업의 정당성 논쟁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회 전면에 떠오른 한미 FTA 비준 문제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등이 노동조합의 교섭이나 집단적 투쟁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치파업이 본격적으로 문제시된 것은 노동법 개정에 항의한 파업(1996∼1997년)의 적법성과 관련해서다.

A사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원에 대한 단체협약 상의 교육시간을 할애해 상급단체에서 시달한 파업결의대회에 참가한 일이 있었다. 이는 파업에 동참하려는 의사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고, 그 결과 회사의 업무수행이 지장을 받았으므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법정 다툼을 한 일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2002년 4월 12일)은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의 주된 대상으로 내세운 것은 실업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 정경유착과 재벌해체, IMF 재협상 등 정당한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해야 한다"며 "각 단위 노동조합이 그와 같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들을 내세워 파업을 결의하고 이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한 이상 각 단위 사업장에서의 파업 등이 그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법률상 정치파업에 대한 정의는 없으나, 정치파업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기관을 상대로 근로자이자 시민으로서 특정 정치적 주장의 관철을 목적으로 행하는 파업'으로 볼 수 있다. 또 현행법상 단체교섭의 개념과 그 대상 사항이라든지 쟁의행위 목적·범위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하지만 판례 및 행정해석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분쟁상태'라고 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에서 그 목적 및 범위를 도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설 및 판례상 일치된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은 '그 주체·목적·절차·방법이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가운데 쟁의행위 목적을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과 같게 보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설명한다.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에 대한 민·형사적 법적 책임이 면책된다.

쟁의행위의 목적 측면에서 '단체교섭의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되면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므로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쟁의행위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이와 무관한 정치파업 및 동정파업 등의 경우 목적측면에서 '정당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특히 쟁의행위의 상대방은 노사관계 당사자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한 정치파업이나 타 사용자를 상대로 한 동정파업도 정당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정치파업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근로자의 경제적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면 그 행위의 적법성과 남용의 문제에 대한 정당성은 사회적 상당성 등의 기준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모 대전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근로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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