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내수침체 원자재값 인상분 반영 못해
해외여행객 크게 줄고 기름값도 인상 조짐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지역 실물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통제력을 잃은 환율이 연일 폭등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불과 4일 만에 200원 넘게 치솟으며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도 일제히 동반 폭등하며 원화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8일 유로화에 대한 환율은 전날보다 121원이나 올랐고, 엔화 환율 역시 100원 오른 1386원까지 치솟았다.

사정이 이렇자 기업과 가계 모두 고환율의 직격탄에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내수침체로 인상된 원자재 값을 제품 값에 반영할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며, 수출기업 역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 수입물량을 줄이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대전의 한 유화제품 업체 사장 A 씨는 "올 여름부터 떨어지는 원자재 값에 숨통이 트이는 듯 했는데 최근 환율 폭등으로 오히려 30% 이상 비싸게 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며 "매출도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환율 피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전 부담에 해외여행도 크게 줄고 있다.

대전의 모 여행사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해외 여행을 문의하는 고객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며 "사전에 예약된 고객도 일정을 줄이거나 아예 다음으로 미루려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결혼으로 미리 해외여행을 예약했던 신혼부부 역시 환율로 인한 부담감에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주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인 A(32·대전시 서구) 씨는 "3개월 전에 미리 예약된 여행이라 취소도 못하고 여행비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며 "이번 여행에서는 최소한의 비상금만 환전하고 여행선물도 국내에서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인하 효과를 상쇄시키면서 운전자들에게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7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던 두바이유는 7일(현지시간) 현재 77.99달러까지 내렸지만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은 오히려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대전지역에서 판매되는 평균 휘발유 값은 ℓ당 1708.6원으로 전날보다 2원 이상 오르며 상승 반전했다.

모 금융기관 관계자는 "당초 정부의 방향과 달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이 침체의 가장 큰 문제"라며 "환율로 인한 불신이 미래의 예측 가능성을 깨뜨리며 꼬리(환율)가 몸통(경제)을 흔들고 있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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