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있다. 그것은 38선 이념분단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열 짓는 남북의 분단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대략 4900만 명 정도. 이중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는 2400만 명으로 48.6%를 차지하고 면적은 전 국토의 11.8%를 차지한다. 충청권 인구를 다 합쳐도 수도권 대도시 몇 개 정도 밖에 안 된다. 4년 후엔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살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16개 시·도의 고령인구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기업체수도 서울이 4만 3988개, 인천이 2598개, 경기도가 1만 2470개로 내로라하는 중견기업은 다 몰려있다. 2006년도 16개 시·도의 지역내총생산 합계는 856조 원. 이중 수도권이 368조 원이다. 거대한 '공화국' 수도권은 점점 몸집을 키워가며 '청춘가'를 부르고 있고 지방은 늙어가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권력과 부(富)와 문화·복지 인프라를 누리며 포만감을 느끼는 그들이 '밥'을 더 달라고 한다. 변방에서 아웃사이더로 사는 지방은 그 '끼니'조차도 없는데 말이다.

▶대선에서 경제문제가 처음으로 이슈화된 건 1956년 3대 대선 때였다. 신익희 씨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구호로 걸고 나온 것이다. PP(박정희 대통령:프레지던트 박)는 63년 윤보선과의 대결에서 13만 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그러나 67년에는 100만 표 차이로 승리했다. '잘살아보세'를 외치던 국민이 진짜로 잘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71년 DJ와 맞붙었을 때도 90만 표 차로 이겼다. 그 때도 팔도 국민들은 초가삼간 집을 고치고 도로를 닦고 통일벼를 심은 '경제대통령 PP'를 밀었다. 그런가하면 별 볼일 없던 몽고족 200만 명을 이끌고 2억 명의 세계인을 지배한 칭기즈칸도 '경제대통령'이었다. 무소유(無所有)의 철학을 지닌 그는 글을 읽고 쓸 줄도 몰랐지만 나폴레옹, 히틀러, 알렉산더가 정복한 것보다 더 많은 땅을 차지했다. 그는 족벌이나 혈연 등을 금지하고 철저한 능력 위주로 국가를 꾸렸으며 상업과 정보의 중요성을 꿰뚫고 단일 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의 입에 달콤한 설탕과 맛있는 음식을 공평하게 먹게 하고, 가슴과 어깨에 비단옷을 늘어뜨리며 좋은 말을 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00여 년 전, 탕탕평평하게 민심을 챙긴 리더십에 감동하는 이유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웠다. 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는 이론으로 불균형발전정책이다. 그러나 중국은 2006년 이후부터 선부론을 폐지하고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공장입지에 대한 토지사용금지와 제한업종 확대, 엄격한 농지전용 금지, 토지 사용비 상승, 환경오염기업 퇴출 등 더욱 강력한 규제책을 썼다. 중국과 비교하며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는 논리와 크게 상반된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무수한 정책들을 발표만 해놓고 시시때때로 브리핑만 하고 있다. 지자체는 그런 정부의 입만 쳐다보며 하명(下命)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뜨뜻미지근한 사이, 지자체는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생존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삐딱한 우산이 아름답다고 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젖을까봐 우산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수도권이여, 조금은 비에 젖더라도 '양보의 우산'을 쓰길 바란다. 어차피 모두 다 잘살자는 거 아닌가.

?나재필 편집부 차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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