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 신한은행 대전충남본부장

가을이 더욱 깊어만 간다. 한결 높아진 푸른 하늘과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속에 계절의 정취가 무르익어 간다.

하지만 나라 안팎의 경제 사정은 매우 어렵고 어수선 하기만 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끝을 모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 남았던 158년 역사의 투자은행인 리만브러더스가 마침내 파산의 길로 들어섰고, 세계 최대의 미국 투자은행들도 다른 상업은행에 인수되거나 지주회사 형태로의 전환을 통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제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의심받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 상황이 단순하게 미국만의 사정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이 개방화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어 끝이 어딘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위기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금융과 실물은 경제의 양면과 같아서 서로 분리될 수가 없다. 금융은 실물을 기초로 하여야 하고 실물은 금융을 배경으로 하여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금융이 실물과의 연관관계가 매우 희박해진 채 변형된 금융상품이 지나치게 계속 만들어짐으로써 실물과의 연관성이 거의 없어진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럴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된다.

금융 관련 리스크에 대한 점근 인식이 너무도 허술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은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만든 금융파생상품에 수반되는 리스크에 대해 많이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은 두 가지 경우다. 처음부터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없는 경우와 리스크 관리시스템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그것인데, 작금의 사태는 아예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법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금융감독 당국마저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1990년대부터 시장에 인위적인 관여와 개입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신자유주의 풍조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론상 시장의 원리에 맡기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현실의 시장은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함을 이번 기회에 많이 느끼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수많은 예측과 대응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위기를 불러 일으킨 금융산업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함께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리스크 관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선결요구다.

현재의 상황은 말 그대로 위기다.? 위기는 극복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길은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가 더욱 세밀한 현실 인식과 아울러 원칙에 입각한 차분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실의 계절이 가을, 경제주체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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