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우울증

최진실, 안재환, 정다빈, 이은주, 멀리는 김광석, 서지원까지….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스스로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죽음을 택했다. 스타들의 자살은 대중에게 충격을 주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때문에 죽음마저도 특별해 보이곤 한다. 하지만 자살은 의외로 흔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 2174명. 지난 2006년보다 13.7%가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는 24.8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하루 3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지금도 주변에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자살에 대한 징후 및 그리고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자.

의학계에서는 최소한 60% 이상의 자살자 및 자살시도자들에게서 정신과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이다. 다음으로 정신분열증, 알코올 중독 등의 약물남용이다.

한동안 만나지 않던 친구나 선생님을 찾아가 아끼는 물건을 이유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큰 문제가 생겨도 초연하게 받아들이거나 평소 우울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밝아진다면 자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 응급의학협회에 따르면 자살의 징후로 ㅤ▲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진다 ㅤ▲삶의 의욕이 사라져 무엇을 해도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ㅤ▲최근 들어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ㅤ▲자살에 소용되는 약물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진다 ㅤ▲갑자기 명랑해지거나 돌연 우울한 느낌이 드는 등 감정의 기복이 크다 ㅤ▲남의 사소한 실수에 버럭 화를 내는 등 감정을 주체 못한다 ㅤ▲식습관이나 수면 표정 행동 등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ㅤ▲난폭운전을 하거나 불법 약을 복용한다 ㅤ▲갑자기 침착해진다 ㅤ▲학교생활, 인간관계 ,직장생활, 이혼, 재정적 문제 등 삶에서 위기를 느낀다 ㅤ▲자살과 관련된 책에 흥미를 느낀다를 꼽고 있다.

주변에서 이렇게 자살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있을 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나?",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을 계획하고 실제 시도해 본 적이 있나?"하고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살 충동에 대한 외부 표출과 동시에 이를 대화의 주제로 선택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치료적인 방법이다. 또한 자살의 징후를 보일 경우, 그 사람이 왜 죽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로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며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살에 대한 오해

자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자살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고 알려진 것이다. 실제 자살의도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남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살 의도를 얘기한다.

또 '자살하는 사람은 꼭 죽고 말겠다는 확고한 결단이 있다'는 것도 오해 중 하나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실행하기 직전까지도 '죽을까','말까'를 놓고 고민하는 만큼 누군가의 관심어린 말 한마디는 자살 의도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 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결국 자살하고 만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일단 자살 고비를 넘기면, 자살 충동은 썰물처럼 없어진다. 하지만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우울증

우울증에 걸리면 기분이 가라앉고 공허하며 기억도 안 나고, 아무데도 흥미가 일지 않으며, 여기 저기 아프다. 이런 상태는 흔히 누구든지 일시적으로야 겪는 수가 있지만, 수주 내지 수개월 지속되면 임상적으로 문제가 된다.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우울감)은 구분되어야 하는 것으로, 누구나 가끔씩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젊은이도 시험에 떨어지거나, 실연을 하거나, 배우자를 잃으면 당연히 우울한 상태가 되지만 대개는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 우울증이라고 하며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즉,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우울증은 그보다 훨씬 심한 것이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질환이다. 정신적인 면 이외에도, 신체적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노인환자의 경우 정신적으로 우울해지면 신체적인 면에서의 취약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흔히 많은 사람들이 '노인은 으레 좀 우울한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노인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3% 정도가 임상적인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보다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보는 것처럼 노인이 자꾸 헛갈리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면 "아하, 연세가 너무 드셔서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신과적으로 진찰해 보면 이런 노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울증이고, 치료를 하면 얼마 있다가 기분이 돌아오면서, 기억력도 같이 회복된다.

이러한 우울증 환자도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임상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우울증이 제대로 진단이 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이다.

우울증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가족 및 정신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복용에 의한 꾸준한 유지치료가 필요하며 아울러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 격려 지지로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울증의 종류에는 주요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가 있다

◆주요 우울증

환자는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적 활동을 잘 하지 못하고, 즐거운 때도 있었다는 기억 정도만 있을 뿐 기쁨을 느끼기가 어렵다.

심한 경우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주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약 15% 정도이다. 이런 환자는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양극성 장애 (조울증)

정서상태의 변동 폭이 심한 질환으로 기분이 아주 가라앉았다가, 얼마 있으면 또 날아오르곤 한다.

이렇게 '울증'과 '조증'을 양극으로 하여 반복된다고 하여 양극성장애라고 한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양극성장애에 걸릴 확률은 약 1% 정도이다. 20대 초반에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이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시작되는 경우는 적지만 어떤 경우이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도움말=청주의료원 정신과장 김영랑
????????? 청주성모병원 정신과장 홍성민

???? 자살 징후
1. 이유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진다
2. 삶의 의욕이 사라져 기쁨을 못느낀다
3.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4. 자살에 필요한 약물에 궁금해 한다
5. 남의 사소한 실수에 화를 잘낸다
6. 감정의 기복이심하다
7. 식습관·표정 행동 등이 이전과 다르다
8. 난폭운전·불법약을 복용한다
9. 갑자기 침착해진다
10. 자살 관련된 책에 흥미를 보인다
11. 학교·직장생활에 위기를 느낀다
12. 재정적 문제로 삶의 위기를 느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