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환 대원과학대 학장

우리는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 인생은 부단한 선택의 과정이다. 산다는 것은 곧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이 행·불행으로 갈리게 된다. 즉 현명한 선택은 행복을 가져오고 그릇된 선택은 불행을 가져온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양식이 필요하다. 지혜란 무엇인가. 인생의 올바른 선택 능력이라 하겠다.

지식과 지혜는 차원이 다르고 가치가 틀린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지혜가 높은 사람은 드물다. 지식이 높은 사람을 우리는 학자라고 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현인이라고 일컫는다. 세상에는 학자는 많지만 현인은 드물다.

지식과잉, 지혜의 빈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인생의 슬기로운 선택자가 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지혜를 가져야 한다. 현대인은 옛날 사람보다 지식은 많지만 지혜롭지는 않다. 지혜는 사물의 도리나 옳고 그름, 선악 등을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이자, 차원 높은 센스요, 종합적인 감각이다.

지혜는 첫째로 인생의 현명한 방향감각이다. 나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슬기로운 판단이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절대로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방향과 진로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를 불행과 파멸로 이끈다.

만사에는 정도(正道)가 있고 사도(邪道)가 있다. 지혜란 인생의 정도를 바로 아는 감각이요, 센스다.

지혜는 둘째로 슬기로운 가치감각(價値感覺)이다. 사물에는 반드시 가치의 대소경중(大小輕重)이 있고 선후본말(先後本末)이 있다. 그것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가치감각이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가치가 있는 것을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올바른 가치 감각이다.

'위대한 것을 위대하다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야만이다'라고 시인 괴테는 갈파했다.

가치와 규범도 사회적, 제도적 여건에 제약되고, 역사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성찰하는 능력이 지혜이다. 예를 들면 2차세계대전 기간에 독일, 일본의 국민들과 많은 학자들이 국수주의적 가치에 함몰되어 침략전쟁을 국력신장과 세계발전의 실현이라고 굳게 믿고 '진정으로' '멸사봉공'의 '애국심'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로 한 시대의 그릇된 가치 속에서 개인을 파멸로 이끌고, 세계평화를 파괴하였으며, 자신의 헌신성과는 상관없이 세계사의 전범으로 낙인찍혔다. 넓고 먼 시야를 통해 세상과 사물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식교육보다 지혜교육에 힘써야 한다. 교육은 우리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야 한다. 가치관이 부재한 지식교육이나 기술교육만으로는 올바른 인간을 만들 수 없고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 뛰어난 과학자, 기술자일수록 지혜교육이 절실하다. '지식'으로 발명된 기술이 세계평화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우리는 '지혜'로워야 하고, 인생의 올바른 가치감각을 가져야 한다.

셋째로 지혜는 인생의 균형감각이요, 조화감각이다. 사물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바로 아는 것이 균형감각이다. 생명은 균형 속에 있고 행복은 조화 속에 있다. 균형이 깨지면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조화가 무너지면 행복이 파괴된다. 정신과 물질, 경제와 도덕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전한 생활이 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된다.

무릇,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상태를 우리는 중용(中庸)이라고 일컫는다. 중용은 만물의 최고의 미덕이다. 지혜는 인생의 방향감각이요, 가치감각이요, 균형감각이다. 슬기로운 지혜의 소유자만이 인생의 현명한 선택자가 될 수 있다. 지혜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건전한 사회,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우리는 지식보다 지혜를 존중하고 지혜를 더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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