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나 비위를 파헤쳐 바로잡는 게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다. 이런 점에서 여야가 국정파탄 책임을 가리겠다고 벼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과거정권의 비자금조성 의혹을 비롯해 좌편향 교과서 개편 문제 등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꽤 많은 게 사실이다. 현 정권의 친인척 비리, 외교정책의 난맥상 등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여야는 국감을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동시에 비전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서로가 편이 갈려 전·현 정부 상처내기에만 골몰한다면 정작 중요한 이슈들은 손도 못 대고 마는 부실 국정감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런 이상기류는 진작부터 감지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금융위기, 경제 살리기와 같은 중요 정책들이 정치공방에 묻혀 실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초보의원들의 경험부족과 관료들의 버티기가 맞물려 웬만히 준비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감사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가뜩이나 몇 년 전부터 무책임한 폭로전과 재탕, 삼탕식 우려먹기 감사로 변질되면서 국정감사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처지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런 고질적 병폐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 밤을 세워가며 국정감사 준비를 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특히 충청권 의원들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수도권 규제완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정부가 장난치지 못하도록 국감을 통해 확실히 못 박아 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 경제가 말이 아니다. 생활고에 찌든 국민들에게 일하는 국회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열리는 국정감사다. 국민들은 18대 국회가 과연 국정감시 견제능력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