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먹거리 공포]3) 허술한 수입체계

중국발 분유 파동의 여파로 불어닥친 멜라민 사태는 허술한 식품 수입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해태제과 사례처럼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 국내 기업이 파견한 감독자가 현지에서 품질관리를 진행하지만 인력이 크게 부족해 세부적인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은 해당 제품에 자사의 상표만 붙였을 뿐 실제 생산과 품질관리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해태제과 측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문제의 제품에 어떤 분유가 사용됐는지조차 몰랐던 것도 OE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의 품질관리가 부실 그 자체였음을 방증한다.

중국 현지업체가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중소업체가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식품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완제품을 들여오기 때문에 제조과정이 전혀 파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가공식품 원재료의 80% 가까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량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는 중국산 먹거리가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식품안전을 담보해야 할 검역체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식품이 원산지 표시제와 검역체계의 구멍을 악용해 교묘히 유통되는 사례가 빈번, 유해수입식품으로 인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형식적인 검역체제와 엉성한 사후 대처가 먹거리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워 왔지만 보건당국은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먹거리 안전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식약청은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등의 문제 제품을 회수하는 한편 중국산 분유·우유 가공품이 들어간 식품에 대해 전면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보건당국과 해당 업체 모두 멜라민이 과자 제품에 들어간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뒷수습에 부산하다.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문이 일자 식약청은 "해당 분유가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멜라민 분유를 원료로 한 식품이 국내에 반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제서야 중국산 가공식품을 수거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식품 관련사고가 터질 때마다 은폐·축소에 급급하던 식품업체들은 이번에도 이 같은 행태를 벗어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지난 4월 '생쥐머리 새우깡' 사태로 식약청은 수입식품 안전관리방안을 내놓았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쳤고, 불과 5개월 만에 멜라민 과자 파동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수입 대상국 현지에서 생산실태를 조사할 검사관을 늘리고,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제조업체 공장 등록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다. 수입식품에 대한 표본검사 강화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처음 수입신고할 때만 유해물 포함 여부를 검사하고, 이후 전체 수입물량의 20% 정도만 검사하는 검역시스템도 서류검사만 통과하면 불량원료를 사용해도 적발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개선이 절실하다.

또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 식품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보따리상들 역시 검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들에 대한 통제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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