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멜라민 공포']
멜라민 결정체 소변관막아 신장기능 악화
플라스틱·접착제·비료 원료 인체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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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Melamine)'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생산된 물질이다. 보통 단일물질로 사용되기보다 포름알데히드 등과 함께 플라스틱이나 염료, 잉크, 접착제, 비료 등의 원료로 이용된다.
무색의 결정성 물질인 멜라민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약한 수용성이며, 단백질의 주 성분인 질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멜라민이 동물사료 및 유제품 등에 사용된 것은 일부 품질검사기관이 고가의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경제적인 이유로 단백질의 주 구성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적용하자 비도덕적인 업체들이 품질검사 통과를 위해 고질소화물인 멜라민을 사료나 우유 등에 첨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분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것도 바로 우유의 단백질 양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우유에 물을 섞으면 포함된 단백질의 양이 묽어진다. 우유업체들은 단백질의 농도를 질소 함량으로 검사하는데 질소가 풍부한 멜라민을 넣으면 우유에 물을 탄 것을 숨길 수 있다.
그러나 멜라민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묽어진 우유를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분유에 넣는 것이 더 용이하다. 이렇게 만든 분유는 우유의 맛과 향이 필요한 과자, 빵,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에 사용된다.
멜라민의 유해성은 2004년 미국, 지난해 캐나다에서 개와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이 멜라민 독성에 따른 급성신부전으로 5000여 마리 이상 희생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멜라민 성분이 함유된 사료를 먹은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보건당국은 멜라민 성분이 신장에 결정화된 물질을 만들고 이 때문에 신장의 분비기능에 문제가 발생함을 알게 됐다.
현재까지 멜라민 섭취로 유발되는 신장계통 질환은 요로결석과 급성신부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람의 경우도 분유 등에 들어 있는 다량의 멜라민을 섭취했다면 급성신부전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멜라민이 과자에서 검출됐다고 해서 바로 그 유해성을 추정하는 것은 성급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건당국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문제의 과자를 자주 먹었던 소비자들이나 어린 자녀에게 사준 부모들은 염려가 크다.
매일 4∼5잔의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직장인들은 멜라민 커피크림 발표 이후 자판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간 멜라민의 독성은 고용량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됐으며, 인체에서 독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중국 정부 조사결과 22개 분유에서 대부분 수십∼수백ppm이 검출됐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싼루 분유는 무려 2650ppm의 멜라민이 들어 있었다.
분유를 주식으로 하는 영·유아들은 분유에 함유된 고농도의 멜라민에 매일 노출됐기 때문에 사망사고까지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와 '미사랑 코코넛'에선 현재까지 271ppm이 가장 높은 수치로 검출됐다.
이 정도 농도로는 단기간에 큰 위험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장기간 다량 먹을 때는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정성분을 장기간 매일 섭취해도 안전한 용량을 나타낼 때 '내용 1일 섭취량(TDI)'라는 개념이 쓰이는데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멜라민의 TDI를 0.5mday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0.63mday로 설정하고 있다.
미사랑 카스타드 1개(5.5g, 6.5㎝×3.5㎝) 1개당 멜라민이 0.75㎎이 들어 있으므로 유럽 기준을 적용할 경우 체중 20㎏의 어린이가 하루 13개를 장기간 먹으면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커피크림의 경우에는 체중 60㎏ 성인이 매일 30㎎ 이상의 멜라민을 장기간 먹을 경우 신장 기능에 이상을 줄 수 있는데 문제의 커피크림에서 검출된 멜라민 양이 1.5ppm이고 일회용 커피믹스 1개에 함유된 커피크림의 양을 5g으로 볼 때 하루 4000잔 이상을 먹어야 유해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을지대병원 신장내과 이영숙 교수는 "아직까지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지만 동물연구에서는 건강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며 "멜라민이 인체 내에 들어가게 되면 대사가 이뤄지지 않고 오줌을 통해 그대로 배출이 된다. 그러나 장기간 멜라민을 복용했을 경우 신장 결석, 방광 결석이 나타나고 방광암으로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멜라민은 적은 양에서 자체로는 독성이 없으나 멜라민이 첨가된 화학물에 존재하는 시아누르산(Cyanuric acid)과 결합하면 신장을 통해 결정 형태로 배설된다"며 "멜라민으로 이뤄진 작은 결정체들이 신장에 존재하는 소변이 지나가는 관을 막게 되고, 이것이 소변의 생성을 억제해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장결석은 환자별로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결석의 자연 배출을 기다리는 것이다. 신장결석은 3∼6개월이 지나도 요관에 걸려 배출되지 않을 때가 있고 의외로 쉽게 자연 배출될 때가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X-선 검사를 받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3∼6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재발되지 않고 결석이 요관의 어느 부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할 경우 결석을 수술에 의해 도려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 쇄석술, 레이저 광선 등으로 결석을 분해시키는 첨단적인 방법이 개발돼 수술하지 않고도 결석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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