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리의 뼈대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다. 먹는 것과 질병치료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 그들은 혀를 위한 요리를 추구하며 겉치레보다 맛을 중시한다. 그들은 아침에는 소식, 점심에는 배불리, 저녁에는 좋은 음식을 즐겨먹는다. 주빈을 상좌에 앉혀 최고의 음식으로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중요한 예법이다. 그들의 요리는 세계 4대 진미로 맛과 영양이 좋고 죽기 전에 다 맛보지 못할 만큼 가짓수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상술(商術)은 요리의 향기를 군내 나게 한다. 중국 격언에 "사업은 낡은 외투와 같은 것. 따뜻하면 장땡이다"란 말이 있다. 돈만 벌면 욕먹어도 상관없다는 '짱꼴라(chankoro)'식 상술이다. 혀를 만족시키기 위한 요리가 혀와 머리를 굴리는 장삿속으로 변했다. 중국의 장의는 현란한 혀 놀림으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고, 사마천은 친구를 변호하다 한무제에 의해 내시가 됐다. 한비자는 혀를 잘못 놀려 사약을 받았고, 비간은 주왕에게 직간하다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렸다. 그 옛날, 오랑캐꽃(제비꽃)이 필 때쯤인 춘궁기만 되면 중국 변방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우리네 백성의 양식을 빼앗고 나물로 연명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오랑캐'들이 요즘 먹을거리로 한반도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멜라민(melamine)은 포름알데히드와 축합하여 수지를 만들거나 도료, 접착제 따위로 쓴다. 중국발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문은 과자, 초콜릿, 커피 등에 이어 프라이팬 코팅까지 달구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정체불명의 불량식품에 상처받던 아이들이 이제는 저질 중국산에 울고 있다. 중국의 식품사고는 그야말로 연중행사다. 납 성분 페인트로 만든 장난감, 발암물질이 첨가된 고춧가루·치약, 납 꽃게, 기생충알 김치, 말라카이트(산업용 색소) 장어, 이산화황 범벅인 찐쌀, 농약만두가 시리즈로 나왔다. 농심의 '생쥐머리' 새우깡도 중국 공장에서 반제품으로 생산해 들여온 것이다. 그야말로 조악하고 저급한 '메이드 인 차이나'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 때를 돌아보라. 대한민국은 100일 간 1000만 번의 '촛불'을 켜며 식탁의 주권을 찾기 위해 싸웠다. 그 촛불은 민심의 등불로 타올라 정부를 일깨우고 '절반의 성공'을 일궈냈다. 대한민국 식탁을 기만하는 중국산을 보면 그 성난 촛불이 다시 떠오른다.

▶먹을거리는 문화이며 그 나라를 상징하는 향기다. 중국에서 시작된 차(茶)는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넘어 유럽으로 갔다. 영국인은 평생 10만 잔 이상의 홍차를 마실 정도로 이미 중독상태다. 14~15세기 영국과 프랑스는 와인 하나 때문에 백년전쟁을 치렀다. 그런가하면 미국 뉴요커들의 대화는 항상 음식얘기로부터 출발한다. 그들은 몸으로 일하고, 음식으로 보상받는다. 소중한 몸을 폭력적인 음식으로 오염시킬 수 없다고 항거한다. 이 세상에 가장 나쁜 놈은 나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쁜 짓을 하는 놈이다. 가난한 사람 등치는 놈과 먹는 거 갖고 장난치는 놈이 그 중 가장 나쁜 놈이다. 믿을 게 없다. 항상 뒷북을 쳐 '동네북'이 되는 정부, 저질인줄 알면서도 여전히 저질을 만드는 업체, 나쁜 줄 알면서도 버젓이 파는 가게. 믿을 수 없다면 불매(不買)운동이라도 해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먹는 거 하나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데서야 어디 세상사는 맛이 나겠는가.

나재필 편집부 차장 najepil@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