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수 산림청 차장

지난 9월 18, 19일 양일간 덕유산에서는 의미 있는 등반행사가 있었다.

산림청과 한국등산지원센터의 지원으로 11명의 시각장애인들이 해발 1614m 높이의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덕유산 정상 등반에 나선 장애인들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재단 소속 시각장애인들로 이들은 지난 18일 오후 덕유산 국립공원사무소를 출발해 그날 밤 향적봉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19일 아침 정상인 향적봉에서 일출을 맞았다.

또한 정상 정복 후에는 남덕유산 방향의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재에 이르는 등산로를 따라 하산함으로써 출발부터 하산까지 총 22.3㎞에 이르는 덕유산 주능선의 2/3를 성공적으로 종주하게 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이번 덕유산 정상 등반은 세상의 편견과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등반에 성공함으로써 '볼 수 없는 육체적 장애보다 도전하지 않는 소심함이 더 큰 장애'임을 보여주었다는 데 산림청은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도전였겠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이번 등반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의 육체적인 어려움은 물론 등반을 하겠다는 마음의 결심부터가 매우 힘든 과정였으리라 생각된다.

요즘은 등산하기에 적합한 계절이다.

맑은 가을 하늘과 상쾌한 숲속의 공기,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적응해 가는 다양한 산림생물들의 신비를 보고 느끼는 재미란 등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묘미다. 이러한 묘미 말고도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등산을 즐긴다. 바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체력도 다지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의 친목도 도모하는 등 등산이 주는 혜택은 정말로 다양하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가족과의 등산을 권하고 싶다. 맞벌이 부부 가정, 입시 준비에 바쁜 수험생을 둔 가정,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대화에만 익숙한 자녀를 둔 가정 등 가족 간에도 대화 한마디 없이 각자의 일에만 몰두해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가족문화 속에서 등산은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컴퓨터 문화에만 익숙해져 주말이나 휴일에도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세상을 헤매고 다니는 상황이라면 등산은 가족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해 주고,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심약해진 가족의 건강을 챙기기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장애란 가시적으로는 육체적인 것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11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덕유산 정상을 오르겠다고 결심을 하고 등반을 시작한 순간 이미 그들은 육체적인 장애는 극복했고 나아가 정상인보다 더 강한 도전의식과 정신력을 갖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육체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나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나 뜨거운 도전의식 하나 없이 편리만을 추구하며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빠져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새로운 형태의 장애가 아닐는지.

이런 차원에서 보면 등산만큼이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으로 사람을 건강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운동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한 자연과 맑은 공기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어 심적으로 평안함을 느낄 수 있고 동행자가 있어 진솔하고 따뜻한 마음으로부터의 대화까지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한 정신적 건강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등산은 능선을 오르내리는 육체적 활동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니 육체적 건강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주말은 3일 연휴다. 이번 주말에는 3일간의 휴일 중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아 등산을 즐기며 그동안 미뤄왔던 대화도 나누고 뒤처진 체력도 다져 보자. 오랜만의 등산에 체력적으로 힘겨워 하는 자녀가 있다면 손을 잡아 이끌어 주며 정상을 향한 도전의식도 북돋워줘 보라. 이 좋은 가을날! 가족과의 등산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둘러보는 지혜를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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