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장비 대학등 수백여대 보유 불구 국가장비만 고집 분석작업 지지부진

식약청 등 국가기관들이 벌이고 있는 멜라민 분석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출연연과 대학 연구실에 있는 멜라민 분석 장비를 활용해 국민의 먹거리 불안감을 서둘러 종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덕특구 내 정부 출연연과 지역 대학들이 현재 보유한 멜라민 분석 가능 장비인 HPLC는 대전지역에만 수십 대에 달하지만 식약청 등 정부기관들은 이들 기관의 신뢰성과 재현성 등을 이유로 멜라민 분석 작업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전성 문제는 일반 검사기관이 하면 안되죠. 이것으로 인해 행정 처분을 할 수 있고 신뢰성 문제도 있는데…"라며 "24개 국가기관이 적은 수 입니까? 아무리 검사량이 많다 하더라도 굳이 외부기관에 아웃소싱을 줄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 출연연 박사 A 씨는 "미 FDA홈페이지에 게재된 멜라민 분석법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며 "식약청이 신뢰성과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장비를 통일하고 컬럼, 완충용액 등 분석작업시 필요한 일부 장비들을 통일해 지원한다면 분석 작업에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 B 씨는 "식약청 등 국가기관 20여 곳이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멜라민 분석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먹거리 공포로 패닉 상태에 있는 국민의 불안감을 고려할 때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텐데 국가기관들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출연연과 전국 소재 대학들이 보유한 멜라민 분석 가능 장비 수백여 대를 동원해 1차 검사를 실시한 후 식약청 등 정부기관이 2차 검사를 할 경우 당초 예정보다 빨리 분석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멜라민 분석 가능 장비인 HPLC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멜라민 분석 때 사용되는 장비로, 해당 홈페이지에는 이 장비를 사용해 멜라민 분석시 어떤 절차를 통해 해야하는지 정확히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표준용액 제조와 정량곡선을 작성한 후 시료 전 처리(30∼40분)를 거쳐 20여 분간 기기분석을 하면 한 시료당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현재 분석작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 보건환경연구원들은 각각 1∼2대의 멜라민 검사장비만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검사 시약과 검사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해 이번 주말까지 멜라민 분석작업을 마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처럼 식약청의 늦장 분석으로 까맣게 타 들어가는 국민의 멜라민 공포를 고려, 정부가 정부 출연연이나 관련 대학 실험실에 멜라민 분석 동참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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