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설 동양주택건설 대표
하지만 엄살이 아니라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지방의 중소 주택건설사들은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주택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하던 시절, 집을 많이 짓자는 국가 시책에 부응해 주택건설업체들은 열심히 집을 지었고 덕분에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서게 됐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며, 점차 지역의 중소주택업체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땅을 구입해서 최고급 자재로 치장해 집을 지어도 도무지 팔리지가 않는다.
소비자들의 대단지로 짓는 대기업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아 지역 중소업체가 지은 집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주택공사가 서민형 중소평형 주택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어, 중소주택업체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옮겨가고 있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주택공급이 현저히 부족하던 시절, 전국의 모든 주택업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가 시책에 맞춰 집을 지었다.
부지만 확보되면 소형 아파트도 지었고, 빌라나 연립주택도 지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신도시와 대형 택지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일이 일반화되며 주택시장은 온통 대기업들의 잔치가 됐다.
브랜드로 무장한 대기업들은 분양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고,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에 연일 한숨만 토해내고 있다.
공급자로서는 대기업, 소비자로서는 중산층 이상만 살아남는 기묘한 주택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영세업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감을 찾을 수 없고, 서민들은 내집 장만이 꿈으로 끝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동안 모든 정열을 바쳐 집을 짓던 회사도, 생계를 위해 뼈가 부서져라 일했던 서민들도 모두 낙오자가 되고 만 것이다.
희망을 잃으면 내일의 비전은 없다.
정부나 지자체나 영세업체와 서민들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 전력해야 할 때다.
일감이 없어 일을 못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일을 해도 생활이 변하지 않는 서민들이 늘어나며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된다.
용기를 잃어가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활기찬 나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