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운형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장

기업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40년에 지나지 않으며,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지유신 이후 100여 년 동안 일본 100대 기업에 오른 회사들의 평균수명 역시 대략 30년 정도라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평균 나이는 지난 2005년 말 기준, 1620개 상장기업의 평균연령은 23.8세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한국은행의 보고서 '일본기업의 장수요인 및 시사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창업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은 모두 41개국에 5586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별로는 일본 3146사, 독일 837사, 네덜란드 222사, 프랑스 196사, 러시아 148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는 창업 200년 이상 기업은 존재하지 않으며 100년 이상 기업으로는 두산(112년)과 동화약품공업(111년) 두 곳뿐 이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에는 창업 이래 100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장수기업이 7사, 500년 이상은 32사, 100년 이상은 5만 사가 존재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일본이 장수기업 대국으로 발전하게 된 요인은 무엇인가.

본업중시, 신뢰경영, 투철한 장인정신, 혈연을 초월한 후계자 선정, 보수적 자금운영 등 기업 내부적 요인과 외침이 적고 장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등 외부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업인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시사한 바가 크며 본받아야 할 내용들이다.

필자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기업이 지속 성장해 장수기업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승계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수명이 지속 연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200년 이상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승계는 고용안정과 고유기술 및 경영노하우의 전수라는 긍정적 측면을 지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닌 '제2의 창업'이라는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해 말 상속세 공제한도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가업승계 세제개편안'을 마련했고, 지난 4월에는 중소기업가업승계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변화가 일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에서도 지난 7월에 대전·충남지역에 소재하는 기업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미래경영인모임'을 결성하였다.

이 모임을 통해 2세 경영인들이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향상하고 기업운영 역량을 강화해 성공적으로 기업승계를 도모하고 충청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앞서 설명한 장수기업 중 세계 최고의 장수기업은 서기 578년에 설립된 일본 건축회사 '곤고구미'(金剛組)다.

그런데 곤고구미를 세우고 1400년 넘게 유지해 온 것은 일본인이 아니고 바로 백제인이라고 한다.

'금강'(錦江) 유역에 살던 세 명의 백제인은 쇼토쿠 태자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쇼토쿠 태자는 이들 세 사람에게 각각 하나의 사찰을 건축하도록 부탁했고, 이 중 한 사람이던 유중광(柳重光)이 시텐노지라는 사찰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세운 사찰 전문건축회사가 바로 곤고구미다.

안타깝게도 곤고구미는 2006년 자금난으로 다카마쓰에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1428년 동안 경영권을 이어온 사람들은 분명 충청도 백제인의 혈통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장수기업을 세운 충청인의 자긍심을 갖고, 우리 후대에는 충청도 금강유역에서 많은 장수기업이 탄생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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