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 여파로 수익모두 날려 흑자도산 우려

"경기 침체로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선데다 정부 및 금융권의 권유로 가입했던 키코(KIKO)로 인해 매달 4억∼5억 원씩 환차손이 누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최근 소유 주식과 경영권을 타 업체로 넘긴 지역 한 벤처기업 전 대표 A 씨는 "지난해 9월경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곧 환율이 830∼850원 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니 키코와 환보험에 가입할 것을 강력히 권유했다"며 "순차적으로 1년짜리 키코 상품에 잇따라 들었는데 환율이 급등해 수개월 만에 수십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키코(KIKO), 환보험 등 환헤지 관련 상품에 가입한 지역 수출업체들이 환율 급등 여파로 발생한 수 억에서 수십억 원의 환차손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권 매각 및 흑자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28일 지역업체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지역 중소 수출업체 B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환변동보험에 잇따라 가입하면서 이날 현재까지 25억 원가량의 환차손을 기록했다.

이 업체 재무담당 임원 C 씨는 "우리 회사는 기준 환율보다 오를 때 두 배가량을 물어내야 하는 키코가 아닌 환보험에 가입해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정부 권유로 가입한 환보험으로 인해 올해 영업 이익이 20여억 원을 모두 환차손으로 물어줘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지역 벤처기업 D사 대표 E 씨는 "환보험으로 인한 환차손을 1년으로 나눠 분할납부하려고 몇 달전부터 분할납부신청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회사 수익은 물론 생돈까지 물어내야 할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연간 100여억 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 중소기업이 한 해 매출의 50% 육박하는 환손실을 입어 흑자부도 위기에 직면했다거나 연간 영업이익을 다 환차손으로 물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연말까지 현재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키코 등으로 인한 피해기업 10곳 중 6곳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위기에 직면한 지역 수출업체들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대책을 만들어 내 놓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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