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에서 어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제5차 전국회의'는 비수도권의 격앙된 민심을 그대로 표출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방 발전을 우선 가치로 삼겠다던 당초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슬그머니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인 데 따른 지방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젠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 데서 비수도권의 단호하고도 엄중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비수도권 67개 기관 및 단체들이 참여한 전국회의가 이날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슬로건 아래 수도권 규제완화 전면 재검토와 행정도시·혁신도시 지속 추진을 촉구하면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행동주의를 표명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육성을 약속하고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하는 이중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을 수도권공화국과 지방으로 양분하는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를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경고 메시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당장 내달 중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비수도권이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 규제완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방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도 없이 수도권만 편애하는 국토정책 추진방식 등 국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도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혁신도시·기업도시만 봐도 알 수 있다. 애매모호한 식언(飾言)에 휘둘려 아직까지 실체가 묘연하다. 5+2 광역경제권 발전전략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지방을 들러리 세운 얄팍한 사탕발림'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방이 행동 모드로 전환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수도권에 있고 모든 권력은 수도권에서 나오는 시대를 살 수밖에 없다"는 비수도권의 절망감을 어찌 할 텐가.

오늘 개최 예정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안건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여론이 악화되자 일보 후퇴하는 제스처인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저버릴 경우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차분하게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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